중국 당(唐)나라 현종(玄宗)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양귀비와 안녹산의 난으로 나라를 어지럽게 한 혼군(昏君) 이미지다. 그러나 제위 전반기 때는 성군으로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뛰어난 발전을 이뤘다. 그래서 그의 연호를 따 이때를 '개원의치'(開元之治)라 한다. 당 태종의 '정관의치'(貞觀之治), 전설의 요순시대와 함께 최고의 태평성대로 손꼽힌 때다.
신당서(新唐書) 최림(崔琳)전에 따르면, 현종은 다음 재상이 될 최림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금 사발로 덮어 두었다 한다. 마침 태자가 들어오자 현종은 다음 재상을 맞히면 상으로 술을 내리겠다고 했다. 태자는 맞히지 못했지만, 현종은 맞혔다며 술을 내렸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가 금구복명(金區瓦覆名)이다. 금 사발로 이름을 덮었다는 뜻이다. 금구복명은 현종이 태자에게 사람 보는 법을 가르치고, 다음 재상은 태자도 충분히 짐작할 만큼 검증된 인물이라는 복합적인 뜻이 담겨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두고 또 나라가 시끄럽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거론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나왔던 병역 비리와 부동산투기 문제는 당연히 빠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기자와 사석에서 주고받은 대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언론인들을 (특정 학교이겠지만) 총장과 교수 자리에 앉히고, 방송국 토론 프로그램 패널을 넣었다 뺐다 하고, 기자들도 당해보라며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등 단순한 위세 과시나 우스갯소리라고 보기만은 어려운 내용이 많았다.
이 청문회가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면 술자리에서 뒷담화할 거리가 많아 지켜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을 터이다. 문제는 막장 드라마 소재로도 안 쓸 내용이 국회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몇 차례 실패해 사의를 표명한 국무총리를 유임시키는 자충수를 두면서까지 청와대가 다시 고른 인물이다. 이미 국민은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 경륜이 짧은 태자도 쉽게 짐작할 만한 '금구복명'까지는 생각지 않는데도 이 모양이다.
현 정부 들어 국무총리 후보자가 계속 낙마하자, 당시 청와대 측은 물망에 오른 많은 인사가 총리직을 고사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고사 이유가 스스로 중책을 맡을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한 때문인지, 아니면 도저히 청문회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인지를. 답이 뻔하다면, 이완구 후보자는 정말 용감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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