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원 이전' 남의 집 마당 우물만 기웃 '반목의 물'

입력 2015-02-11 05:00:00

구미공단 수질오염 책임감…낙동강 상황 '실시간 체크' 이전 대신 근본 대책 우선

취수원의 낙동강 상류 이전만이
취수원의 낙동강 상류 이전만이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낙동강 수량 유지 문제와 관로 매설 시 개발 제한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성일권 기자

구미시는 취수원 이전 문제가 낙동강 수계를 식수원으로 하는 밀양'창원'부산 등 모든 지역의 문제인 만큼 대구만 해결하자고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갈수기 낙동강 수량 유지 문제와 취수원 이전에 따른 관로 매설 지역의 개발제한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방적인 이전 추진, 용납할 수 없다

"남의 집 마당에 우물을 파면서 집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다. 구미시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일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와 대구시는 사전 협의도 없이 모든 것을 결정한 후 뒤늦게 짜맞추기식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는 무조건 취수원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고, 구미는 취수원 이전 없이 현 상태에서 근본 해결책을 찾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예비타당성 용역에서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한 '타당성 없음'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이미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너도나도 상류로 취수원 옮길 것이냐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공단에서 유출된 화학물질이 식수원을 오염시켰다고 해서 취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면 그보다 더 상류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다시 옮길 것이냐"며 "낙동강 어느 곳에서 취수해도 안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 번 빗장을 풀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구가 취수장을 현 위치보다 상류 쪽으로 옮겨간다면 낙동강 하류에 있는 밀양'창원'부산 등지에서도 취수장을 상류로 옮기겠다고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맑은 물 위해 구미시도 충분히 노력했다

구미공단으로 인해 수차례 수질오염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그리고 낙동강 수질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쳤다. 전국 유일의 정화조 없는 도시로 하수처리율 99.8%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수질사고에 대비해 공단 곳곳에 9만5천t에 이르는 완충조도 설치했다.

정부의 '수질오염방제센터'를 유치해 낙동강은 물론 전국 국가하천의 오염상황을 실시간 체크한다. 환경부'소방방재청'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경상북도'구미시 등 6개 기관이 감독'모니터링하는 '구미화학재난방재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없었다.

◆갈수기 물 부족 문제 해결되지 않았다

낙동강 보 건설로 물 부족 현상이 해소됐다는 주장은 아직 설득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5~10년 정도 더 운영해야 안심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보 설치 후 극심한 가뭄은 없었다.

만약 갈수기에 안동댐 저수율이 떨어지면 하류 방류량이 줄 것이고, 구미가 사용할 물도 모자랄 것이다. 지난해 7월 말 자료에 의하면 안동댐과 임하댐의 평균 담수율이 각각 26.2%와 27.8% 수준이었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물 부족 현상은 점차 심해질 것이다.

◆48㎞에 이르는 관로 매설 구간의 피해가 심각하다

대구 취수원을 해평면으로 옮기면 지름 2m 크기의 관로 2열을 48㎞ 구간에 매설해야 한다. 관로 매설 구간의 도시계획과 개발행위가 제한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

구미시 김석동 건설도시국장은 "대구 취수원 이전을 위해 쉽게 땅을 내주면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고속도로와 철로 인근뿐 아니라 광케이블'송유관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낙동강 물이 줄면 오염기준 맞추기 힘들다

낙동강 수질오염 총량제에 따른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의 불편도 예상된다. 같은 농도의 폐수를 방류할 경우 낙동강에 유지수가 많을 때와 적을 때 오염 농도의 차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청은 현재 남구미대교 인근에서 실시간 수질오염 농도를 측정해 산업단지 입주업체에서 발생하는 폐수 방류수 수질기준을 정하고 있다. 대구시 수돗물 취수로 낙동강 유지수가 줄면 오염 농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업체는 더 강한 규제를 받게 된다.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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