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청각·지체장애 앓고 있는 김용화·이철선 노부부

입력 2015-02-11 05:00:00

당장 끼니 걱정에 천만원 넘는 수술비는 어쩌나

김용화 할아버지와 이칠선 할머니 부부는 항상 함께 움직인다. 귀와 눈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와 허리
김용화 할아버지와 이칠선 할머니 부부는 항상 함께 움직인다. 귀와 눈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와 허리'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서로 없으면 집 앞 구멍가게조차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은 부모가 어딨겠어요. 그래도 이렇게 아픈데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김용화(84) 할아버지와 이칠선(81) 할머니 부부는 항상 함께 움직인다. 귀와 눈이 성치 않은 할아버지와 허리'다리가 불편한 할머니는 서로 없으면 집 앞 구멍가게조차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할아버지의 눈과 귀는 어두워져 가고, 할머니의 허리와 다리는 굳어간다. 하지만 노부부는 돈 걱정 때문에 병원은커녕 식탁에 김치 외의 반찬 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한다.

◆아픈 곳 늘어가지만 병원조차 갈 수 없는 노부부

할아버지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 젊은 시절 자동차부품공장에서 기계 소리 속에 장시간 근무하다 보니 항상 귀가 먹먹한 날이 많았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오른쪽 귀가 점점 닫히기 시작했고, 왼쪽 귀의 청각도 사라지고 있어 지금은 보청기를 끼고도 큰소리를 내야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할머니도 10여 년 전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허리를 다친 뒤 지체장애 판정을 받았다. 척추뼈가 부서지면서 처음엔 허리만 아팠지만 지금은 다리까지 굳어버려 걷는 게 힘들어지고 바닥에 앉을 수조차 없다.

최근에는 할아버지의 오른쪽 눈 시력이 사라지고 있다. 물체가 2, 3개로 겹쳐 보이기 시작하더니 눈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할머니는 무리해서 다리를 쓰느라 무릎 관절이 다 나갔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

할아버지의 눈은 검사비만 50만원, 할머니 다리는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 1천만원이 넘게 든다. 하지만 당장 난방비가 없어 작은 전기장판에 몸을 녹이고, 반찬을 해 먹을 돈이 없어 얻어다 먹는 김치가 떨어질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 할머니는 아픈 설움 때문에 눈시울을 붉힌다.

"며칠 전엔 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쳐서 꼼짝도 못할 지경인데도 병원에 못 갔어요. 가도 치료받을 돈이 없으니까 그냥 누워서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거죠. 아프면 안 되는데 둘 다 자꾸 몸이 망가져서…."

◆가진 모든 것을 자식에게 준 부부

부부는 젊은 시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손재주가 좋았던 할아버지는 자동차부품공장에 다니며 열심히 돈을 벌어왔고, 알뜰살뜰했던 할머니는 그 돈으로 살림하고 재산도 쌓아갔다. 성실히 살았던 부부는 맨손으로 시작해 집 한 채를 마련하고 상가 부동산을 구입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할머니는 고생스러웠지만 차곡차곡 재산을 불려나갔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짓는다. "친정집이 잘 사는 편이라 처음 시집와서는 고생스러웠지. 그래도 할아버지가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니깐 아껴가면서 그렇게 살았어요. 상가 임대세를 받아서 살게 됐을 땐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이 뿌듯했지."

하지만 지금 부부에게 남은 재산은 아무것도 없다.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두 사람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30만원이 전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장애까지 안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도 지원받지 못한다. '없는 만 못하다'는 자식들 때문이다.

부부에겐 두 아들과 딸 셋이 있다. 부부의 가장 큰 재산은 자식이었다. 잘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게 두 사람에겐 큰 낙이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점점 부모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가지고 있던 재산을 물려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변변한 직장도 없이 지내는 두 아들에게 상가 부동산과 살고 있던 집까지 내줬어요. 다 주고 부모에게 아무것도 없으니깐 지금은 전화조차 받지 않아요. 몸은 아픈데 기댈 곳은 없고, 짐이 될 줄 알면서도 자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차라리 그때 재산을 물려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예요."

◆등 돌린 자식 때문에 더 외로운 삶

부모의 전화도 받아주지 않는 자식들이지만 근로 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부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식들은 할아버지 이름으로 혜택이 많은 장애인용 차량을 구입해 몰고 다니고, 몰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요금을 내지 않아 할아버지에게 독촉장이 날아오기도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할아버지는 자식들을 상대로 부양비 청구 소송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모가 자식한테 소송한다면 그 심정은 어떻겠어요. 그런데 아들이 판사 앞에서 내가 물려준 재산이 할아버지에게 받은 것이라며 거짓말까지 하는데 이렇게 살아서 뭐하겠느냐 싶더군요."

시력이 사라져가는 할아버지의 눈 검사, 오래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보청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 등 당장 큰돈이 들어가야 할 곳은 너무 많지만 한 달 30만원으로 생활하는 부부에게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가난한 삶보다 노부부를 서럽게 하는 건 등 돌린 자식들이다.

"설 명절이 다가오니깐 더 서럽죠. 자식들이 찾아오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해주질 않으니….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너무 허전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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