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즐기자] 노인건강체육센터 '게이트볼'

입력 2015-02-11 05:00:00

"경지 져주세요" 참된 스포츠 정신 배우는 꽃할배·할매

대구 달서구 성서운동장 노인건강체육센터에서 매주 목
대구 달서구 성서운동장 노인건강체육센터에서 매주 목'금요일 저녁에 게이트볼 '져주기 강습'이 열리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박의신 강사
박의신 강사

"1번에 터치. 방향 지시. 들고, 밟고, 붙이고, 치고!." "준비, 뒤로, 앞으로!"

이달 5일 오후 8시 대구 달서구 성서운동장 노인건강체육센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큰 목소리로 구령을 붙이며 차례로 스틱을 휘둘렀다. 대구시게이트볼연합회가 열고 있는 기초반 수강생들로, 매주 목'금요일 저녁에 2시간씩 함께 운동한다.

이들의 자세는 자못 진지했다. 간혹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장난기 섞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배우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얼굴들에선 군 훈련소에 갓 들어온 신병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어르신들을 위한 단체 구기운동으로 잘 알려진 게이트볼 수강생들이 이처럼 '군기'가 든 것은 이들을 지도하는 박의신(63) 씨의 '게이트볼 철학' 덕분이다. 중'고교에서 영어교사로 강단에 서다 2008년 퇴임한 그는 게이트볼 공인 1급 심판이자 생활체육지도자 강사 자격을 갖고 있다. 노인상담사, 종교단체 교리교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감사 등의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는 '꽃할배'다.

"게이트볼은 5명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30분 동안 교대로 공을 스틱으로 쳐서 점수를 올리는 경기입니다. 시합 중에는 득점 전략을 짜는 주장의 역할이 크지요. 그런데 승부욕이 강한 어르신들이 뜻밖에 많습니다. 주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팀워크를 해치는 언행을 합니다. 인생 2막의 재미를 나누러 왔다가 남에게 상처를 줘서야 하겠습니까?"

그래서 그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져주기 정신'이다. 구령과 이름을 크게 복창하고, 절도 있게 행동하며,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남의 흉을 보지 말라고 가르친다. 승리보다는 즐기면서 웃는 데에 목적을 두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 수양이 된다는 설명이다.

"게이트볼을 배우다가 그만두시는 분의 ⅓이 동료의 예의 없는 행동 탓이라고 털어놓습니다. 주장의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복종해야 하는데, 승리에만 집착하다 보니 오해와 다툼이 생깁니다. 또 '내 탓'이라고 말하기보다 '네 탓'이라고 말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스포츠의 참된 정신을 배우지 못합니다. 조만간 다가올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저희 세대가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올바른 게이트볼 문화 보급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해 12월 전국게이트볼연합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박 씨로부터 강습받는 수강생들도 그의 '철학'에 공감하고 있다. 입문 4개월째라는 강준식(50) 씨는 "운동만 하는 게 아니라 인격 수양에도 큰 도움이 돼 친구들에게 게이트볼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고 했다. 또 체육교사 출신이라는 고재만(70) 씨는 "상대를 존중하는 예의를 배우면 운동이 더욱 즐거워져 아내와 함께 꼬박꼬박 나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게이트볼(Gateball)이란?

2차 대전 이후 일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야외 공놀이로 창안된 게이트볼은 프랑스 농민들이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한 크로케(croquet)가 기원이다. 기초 기술 습득이 쉽고, 경제적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전신운동 효과가 있어 어르신,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다. 30분 경기에 2천 보 ~ 3천 보를 걷지만 평평한 그라운드에서 하는 만큼 힘들지는 않다. 특히 경기 중에는 다양한 작전이 구사되는 만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합성수지로 만든 공은 야구공보다 약간 작은 크기이며 볼을 치는 T자 용구는 스틱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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