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와 겉멋·냉소·자의식 가득한 '중2병'…넌 대체 누구냐

입력 2015-02-07 05:00:00

성인이 되어가는 정서적 과도기 현상 "친구 말은 쏙쏙, 어른들 얘긴 잔소리"

나는 중2병? 스스로 해보는 테스트 다음 문장이 자싱에게 해당된자고 생각하면 yes, 아니라고 생각하면 no를 선택하시오. yes가 1~4개이면 정상, 5~9개이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 10~14개면 아직 철이 덜 든 사람으로 여기서부터 중2병이라 볼 수 있음. 15개 이상이라면 남에게 민폐를 많이 끼치는 사람이고, 20개 이상이면 상담이 필요하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나는 중2병? 스스로 해보는 테스트 다음 문장이 자싱에게 해당된자고 생각하면 yes, 아니라고 생각하면 no를 선택하시오. yes가 1~4개이면 정상, 5~9개이면 감성이 풍부한 사람, 10~14개면 아직 철이 덜 든 사람으로 여기서부터 중2병이라 볼 수 있음. 15개 이상이라면 남에게 민폐를 많이 끼치는 사람이고, 20개 이상이면 상담이 필요하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넌 왜 꿈이 없어? 나중에 하고 싶은 거 없어? 장래희망 말이야. 야, 스마트폰 좀 그만 봐라."

우리는 종종 아이들을 다그칩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없고,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에만 몰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이 답답해지지요. 스마트폰을 개발한 것도 어른이면서,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나무랍니다. 이 사회에서 꿈과 미래를 보여준 적도 없으면서,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언제 어른들이 꿈을 심어준 적이 있었나요? 허세와 겉멋, 냉소, 자의식이 넘치는 중학생을 뜻하는 '중2병'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도 어른입니다. 이번 기사는 중2를 바라보는 아이들과 어른의 시선에 대해 기록했습니다. 또 우수한 성적이 목표가 아니라 꿈을 만들고, 마음을 자라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담았습니다.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중2병은 일본에서 건너온 말이다. '3.5춘기부터 중2병까지'(다산에듀 펴냄)에 따르면 1999년 일본의 한 개그맨이 자신의 이름을 딴 방송 '이주인 히카루의 앱스: 심야의 대단한 힘'에서 중2병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중2가 할 법한 허황되고 우스운 행동이라는 의미'를 가진 중2병이 인터넷상에서 유행어처럼 번지면서 고유명사가 됐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중2병 테스트'가 떠돌고 있다. 20개 항목을 살펴보면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등 자의식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다. 이 테스트에 따르면 10개 항목 이상에 동의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중2병 진단을 받는다.

왜 하필 중2일까. 청소년 상담사들은 중2가 청소년의 '정서적 과도기'라고 말한다. 대구시 서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진현숙 전문상담사는 "중2는 심리와 신체 발달 상태에서 과도기다.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요즘에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친구 관계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많다. 중2병이 중2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고민이 중2 때 폭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2는 다른 학년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중1, 3학년 학생보다 어른의 이야기를 더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갓 올라온 중1은 자기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으면 조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또 중3은 고등학교 진학 문제도 있고, 중2를 거치며 성장했기 때문에 상담사와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반면 중2는 어른들이 말하면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무조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른들이 권위를 이용해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면 상황이 악화된다. 특히,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을 비방하고 욕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진 상담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생들한테 찍혀서 '양언니' '양오빠' 관계를 맺고 중학교에 진학하는 애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교사나 부모보다 선배들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자신의 가치와 자존감은 곧 또래집단에서 나오는데 친구를 욕하면 자기를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구를 욕하거나 사소한 잘못을 하나씩 지적하고 평가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같은 잘못을 반복해 지적하는 것도 금물이다. 대구 서남중학교 학생부장인 유진권(49) 교사는 "우리도 학생들이 어떤 선생님을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다. 아침에 지각해서 이미 혼났는데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너는 왜 매일 지각하느냐'고 지적하면 학생은 상처받는다"며 "한 번 잘못한 일은 한 번 꾸짖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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