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 사이' 선 대구국제마라톤

입력 2015-02-06 05:00:00

예산 비해 실익 저조 지적…대구체육회 올 개최 후 존폐 여부 건의하기로

대구시가 대구국제마라톤대회의 국제대회 존속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출발 모습. 대구시체육회 제공
대구시가 대구국제마라톤대회의 국제대회 존속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대구국제마라톤대회 출발 모습. 대구시체육회 제공

대구시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개최를 놓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2009년부터 대구국제마라톤대회를 매년 여는 대구시는 4월 5일 대구국채보상운동공원 일대에서 예정된 올해 대회 운영을 대구시체육회에 맡겼다. 국제대회로 열기 이전에 2001~2008년 이 대회를 진행했던 대구체육회는 올해 대회를 치른 후에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국제대회의 존속 여부를 대구시에 건의할 예정이다.

대구국제마라톤은 매년 100개 이상의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국내에서 둘 뿐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레벨을 받은 대회다. 국내에선 서울국제마라톤이 골드, 대구국제마라톤이 실버 레벨을 각각 받고 있다. 대구국제마라톤은 2013~2015년 3년 연속 실버 레벨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국제마라톤대회 중 골드'실버'브론즈 레벨을 획득한 대회는 88개뿐이다.

실버 레벨을 받으려면 5개국 이상에서 남자 2시간12분 이내, 여자 2시간32분 이내 선수가 각각 5명 이상 참가해야 한다. 또 전국 채널의 국내 중계방송 시행과 IAAF가 요구하는 도핑 테스트를 해야 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올해 10개의 레벌 대회를 개최하며 북한은 브론즈 레벨인 만경대마라톤대회를 4월 12일 평양에서 개최한다.

이처럼 대구마라톤대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육상이 워낙 인기 없는데다 예산이 많이 들어 실익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회 예산은 국제대회인 엘리트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올해는 총 예산 23억원 중 19억원이 대구시 예산으로, 이 돈으로 초청비와 상금이 걸린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2개국 선수들이 초청비와 상금을 휩쓸어가고 있다. 2014년 대회에선 케냐'에티오피아 선수들이 남자부 1~6위, 여자부 1, 2위를 독차지했다.

이에 따라 대구체육회는 올해 대회의 참가국 수를 늘릴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한 체육인은 "대구시가 아프리카 선수 몇몇을 불러 매년 돈 잔치를 하고 있다. 이 대회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남긴 어두운 유물 중 하나다"며 "이 대회에 쓰는 20억원이면 대구의 열악한 체육 시설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체육회는 올 대회부터 마스터스(일반인 풀코스) 부문을 따로 열지 않고 국제 대회인 엘리트 부문에 포함했다. 일반인들은 시간 제한이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서브-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 기록을 보유해야만 엘리트 부문에 참가할 수 있다. 대신 대회 주최 측은 하프코스 부문을 신설했다.

대구체육회 관계자는 "엘리트 부문을 '서브-3'으로 제한해 일부 동호인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서 대회가 열리는 특성상,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며 "대회 명성을 쌓고 대구를 홍보하는데 어떤 게 도움이 될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교성 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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