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을 제안하고 나섰다. 2월 국회에서 '국회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여기서 만든 개헌안을 내년 4월 총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개헌 방향으로는 '국민직선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되 국가원수로서 국군통수권, 의회해산권 등 비상대권을 갖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해 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지는 형태다.
우 원내대표의 이런 제안은 예견됐던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여당 내 야당'이라 불리는 유승민 의원이 당선되면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증세, 복지 재설계 등 주요 정책의제는 물론 국가혁신안에 대한 모든 이슈를 새누리당에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분당'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당권 싸움에만 골몰해 있다. 위기라면서 위기를 벗어날 궁리는 할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개헌론이다. 그런 점에서 순수하지 못하다.
순수하지 못하니 개헌 논의 제기 시점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도 흐려졌다. 지금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하느냐 아니면 복지 체제를 재설계하느냐이다. 증세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세금을 얼마나 더 올릴지, 어느 계층이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복지 재설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 문제까지 가세하면 둘 다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개헌 방향도 동의하기 어렵다. '국민직선 분권형 대통령제'의 핵심은 대통령의 내치(內治) 권한을 국회에서 뽑은 총리가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와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 명분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개헌을 하면 어떻게 될까.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줄지 몰라도 '제왕적 총리제'라는 또 다른 괴물이 탄생하게 된다. 그 속셈은 뻔하다. 지금도 막강한 국회 권력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동의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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