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백세 건강

입력 2015-02-04 05:00:00

새해 소원을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본인과 가족의 건강 즉 '무병장수'라고 답할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한 이후 모든 사람의 소원이 무병장수, 나아가 불로장생일 것이다.

중국의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찾은 불로초는 중금속인 수은이며, 진시황은 결국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망한 일장춘몽이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발전을 거듭하여 인간의 수명 연장을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과연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스위스 베른대학 세포생물학연구소 모레노 박사 연구팀은 미국의 과학전문지 '셀'(Cell) 최신호에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초파리의 수명을 50~60% 연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람도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노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간 수명 150세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최근 노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10년 내 적어도 2년 이상의 건강수명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수명 연장과 관련된 '팰로 앨토 장수상'(Palo Alto Longevity Prize)이란 것이 있다. 100만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2018년까지 장수와 회춘 연구의 진검 승부를 겨룬다고 한다. 수명 연장을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처럼 경쟁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백세 건강은 단순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적절한 운동과 철저한 자기관리, 건강한 식단이 아닐까. 그런 삶의 예가 조선의 영조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조선 21대 왕 영조는 83세까지 살았던 조선시대 최장수 왕이다. 이는 당시 평균수명인 44세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나이이자, 현재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 75세보다도 5년을 더 살았다. 영조의 장수 비결은 다름 아닌 차별화된 '식습관'에 있었다. 첫째는 소식(小食)이었다. 둘째,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 셋째, 현미'잡곡 등 거친 음식을 즐겼다.

한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75세까지 장수했다. 치열한 그의 한평생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게 한 힘을 그의 명언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을 느낄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이기는 것만 알고 정녕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자기 분수를 알아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의 삶처럼 그의 식단도 보리밥과 죽 등으로 이루어져 소박했다고 한다. 결국 백세 건강을 위해서는 거창하고 특별한 과학기술보다는 소박하고 단순한 생활습관이 먼저다.

고석봉(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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