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옥상정원

입력 2015-01-31 05:00:00

오늘날의 이라크 바그다드 남쪽 유프라테스강 부근에는 BC 600년경 신바빌로니아왕조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세운 전설적인 공중정원이 있었다고 한다. 산악국가 출신인 왕비의 향수를 달래려고 건설한 이 정원은 높이 100m에 이르는 피라미드형 건축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층층이 흙을 채우고 화단과 수림을 조성했는데, 마치 하늘 높이 솟은 숲과 같아서 공중정원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조경사가(造景史家) 들은 페르시아제국의 침략으로 파괴된 건조물의 유적과 기록 등을 토대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정원을 역사상 최초의 옥상정원으로 규정한다. 일본 오사카의 명물 쇼핑몰 건물인 난바 파크스 옥상정원은 바로 2천600년 전의 이 공중정원을 연상시킨다. 자연과의 공생을 콘셉트로 내세운 건물답게 층마다 화초와 잡목이 우거진 하늘정원을 방불케 한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 관광 명소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옥상에는 대형 수영장이 떠있다. 지상 200m 높이에 배 모양의 웅장한 조형물을 얹고 수영장을 개설한 후 주변에 수백 종의 나무를 심었다. 그 안에 있으면 도심에 우뚝 솟은 마천루 위가 아니라, 마치 동남아의 어느 아름다운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삭막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녹지 공간 충족을 위해 빌딩 옥상에 정원을 만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늘 가까이에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자 꿈인 모양이다.

옥상정원은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예방하고,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또 산과 하천을 연결하는 생태 축 역할을 해서 동식물과 곤충들의 서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봄 가을 쉼 없이 꽃이 피고, 풀과 나무가 아담한 숲을 이루는 한쪽에 작은 텃밭을 가꿀 수도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숙제도 하고, 지인들과 모임도 가지는 옥상공간은 생각만 해도 정겹다.

대구시가 도시철도 3호선 개통을 앞두고 주변 건물 위주로 시행하던 '푸른 옥상 가꾸기 사업'을 시내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수많은 건물마다 각양각색의 옥상정원이 등장해 도시 미관 향상과 시민 정서 순화, 그리고 생태 개선에도 한몫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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