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中, 한국 드라마'예능 규제 강화

입력 2015-01-30 05:00:00

한국 콘텐츠 인기 광풍 '위기감' 올부터 사전심의 정책 확대 실시

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상속자들
피노키오
피노키오

중국이 자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한국 방송 콘텐츠의 확산을 막고자 빗장을 내걸었다.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중국 동영상 사이트의 판권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던 드라마가 나와 화제가 됐던 게 불과 얼마 전. 하지만 2015년에 들어서면서 중국이 사전심의 등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며 한국 드라마의 빠른 확산을 막기 시작했다. 한국의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김수현 등 한국의 톱스타들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 역시 여전하다. 김종국과 이광수 등 '런닝맨' 출연자들의 인기 또한 뜨겁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 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쉽게 꺾이진 않을 거라는 설명. 하지만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다시 활로를 개척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치고 들어가려는 한국 콘텐츠,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중국 측의 움직임이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 같다.

◇2014년 대륙 휩쓴 한국 드라마

지난해 중국 내에서 한류 바람을 재점화시킨 대표적인 작품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국내와 동시기에 방영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지금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 드라마를 언급했을 정도.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도 '시진핑의 젊은 시절 사진과 '별그대' 김수현이 닮았다'는 말에 "나 역시 딸과 함께 시진핑 주석의 젊었을 적 사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고 화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국빈의 입을 통해 거론됐을 뿐 아니라 극 중 전지현이 즐겨 먹던 한국식 '치맥'(치킨과 맥주)이 인기를 얻으며 중국 내에 유사한 가게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드라마 종영 후 김수현은 중국으로 건너가 광고모델료와 행사 수입 등으로 무려 2억위안(약 360억원)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중국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무려 37억 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인기도 대단했다. 이민호'박신혜'김우빈 등 주연배우들의 대륙 내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민호 역시 드라마를 마친 후 중국 내 팬미팅과 광고 촬영 등을 소화하고 김수현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별그대'와 '상속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실제로 제작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 드라마의 내용을 짜깁기한 표절 드라마로 중국 내에서도 물의를 빚었던 작품. 그런데도 이 드라마의 연출자는 한국 측 연예정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무명 연출자였는데 갑자기 이 드라마를 맡고 나서 유명해졌다"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는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표절이든 뭐든 유명해지면 그만, 또는 한국 드라마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기분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중국 내 한국 드라마의 열풍이 뜨거웠다는 말이다.

'별그대'와 '상속자들'에 이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드라마에 대한 중국의 구애가 계속됐고 '피노키오'는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쿠, 투도우에서 회당 28만달러(약 3억265만원)에 판매되기에 이르렀다. 역대 최고가에 해당한다.

◇예능프로그램도 뜨거운 인기몰이

중국 내에서 인기를 얻는 한국 콘텐츠가 드라마에 국한된 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한국 버전이 그대로 공개돼 출연자들이 인기바람을 몰고 다니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중국 버전까지 방송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런닝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아빠! 어디가?'는 후난위성TV에서, '런닝맨'은 저장위성 TV에서 '달려라 형제'라는 제목으로 2년째 방송 중이다. 호응 속에 심지어 극장판으로 제작돼 스크린에 상영되는 일도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보기 드문 사례. 속을 들여다보면 출연자들이 그대로 나와 또 한 편의 'TV버전'을 스크린에 상영했을 뿐이다. 하지만, 'TV 버전과 별다를 바 없는 스크린 버전'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단 5일간 촬영된 '아빠! 어디가?'의 극장판은 지난해 초 중국 내에서 7억위안을 벌어들였다. 성공에 힘입어 두 번째 극장판도 준비 중이다. 극장판 '런닝맨' 역시 마찬가지다. 김종국까지 특별출연해 화제 몰이를 한 덕분에 중국 팬 사이에서도 극장 개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월 말 개봉 예정이다.

◇중국 내 한국 콘텐츠 규제 칼바람

한국 콘텐츠가 자국 내에서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응을 불러일으키자 중국 정부도 대책 안을 내놓으며 견제를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규제는 TV 콘텐츠만 대상으로 하던 사전심의 범위를 온라인 콘텐츠까지 넓힌 것. 그동안 '별그대' '상속자들' 등 한국 드라마가 국내와 동시에 중국 온라인에 공개돼 호응을 얻었던 반면,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리는 심의 기간을 고려한다면 화제성이 높은 한국 드라마가 P2P 사이트, 그 외 불법유통 창구를 통해 미리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주로 유통업자들이 광고를 붙여 돈을 벌고 콘텐츠는 무료로 볼 수 있게 서비스하는 게 한국 드라마의 주요 플랫폼이 됐던 중국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운영방식이다. 무료로, 또 한국과 큰 시간차이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드라마의 해적판 등 불법서비스가 확산되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6개월을 기다려야 한국 내에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면 중국 팬들의 입장도 달라진다. '빠른 시청'을 위해 자연스레 음성적인 유통망에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 당연히 중국의 온라인 콘텐츠 유통업자들도 굳이 한국의 신작 드라마를 고액에 사들일 이유가 없어졌다.

드라마의 경우 온라인 유통뿐 아니라 정규 플랫폼 판매망 자체도 줄어든다. 중국 정부가 영화처럼 해외 드라마에도 쿼터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외국 드라마를 전년 방영된 중국 드라마의 30% 수준으로 제한했다. 중국 안방극장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10여 가지 방영불가 목록이 적용된다는 사실까지 떠올릴 때 한국 드라마의 정규 플랫폼 판매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프로그램들의 중국 판매가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호들갑스럽게 과장되기도 하고 또 대단한 성과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중국 측에서 몰고 온 반응에 비해 프로그램 자체 판권이 고액에 팔린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저비용에 포맷수출을 하면서 인력까지 중국으로 넘어가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도 있다.

일단 중국이 한국 콘텐츠, 그 중 드라마의 확산을 막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파구가 없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김수현을 비롯해 이민호와 박해진 등 한국 스타들에 대한 주목도가 여전히 뜨거워 이들을 내세운다면 중국 측 투자를 끌어내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지도 못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성과를 거둔 것처럼 또 다른 방식의 플랫폼이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땅이 넓은 만큼 인구도 많고 시장도 넓은 곳이 중국이고, 그만큼 시장의 변화도 잦은 게 사실이다. 어차피 갑작스레 열린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으니 또 다른 루트를 찾다 보면 방법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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