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만명 반발, 600만 가구 불이익…건강보험 개선 없던일로

입력 2015-01-29 05:00:00

문형표 장관 "공감대 필요"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려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자 직장인'이나 '고소득 피부양자'에게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물리겠다는 시도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은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고소득 직장인에 비해 너무 크고, 소득이 있어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피부양자를 양산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에 대한 개선이 또다시 좌초된 격이 됐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올해 중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며 건보료 개편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에 따라 소득 중심으로 부과 체계를 개편, 건보료 부과체계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던 개편안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문 장관은 "그동안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에서 논의한 자료가 오래된 자료(2011년)여서 추가 검토가 있어야 하고, 건보료 인상으로 불만을 갖게 될 국민을 납득시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시간과 논리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줄어드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연기를 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연말정산 파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소득 직장인과 고소득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물리는 내용의 개편안에 대한 반발을 고려한 셈이다.

정부는 소득 중심으로 부과 체계를 단일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꾸려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의 소득에 건보료 부과를 확대하고,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 성'연령과 자동차 등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편 기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기본 방향에 맞춰 개편되면 전체 지역가입자 80%가량인 600만 가구 이상의 건보료가 지금보다 낮아진다. 그러나 보수 외에 2천만원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천 가구(2011년 기준)는 월 평균 19만5천원의 건보료가 오르게 된다. 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던 사람 중에서도 2천만원 이상의 총소득이 있는 사람(19만3천여 명)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평균 13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결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45만 명의 반발 때문에 600만 가구의 불이익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최신 자료를 적용해 재검증하는 것은 2, 3일이면 충분하다"면서 "불공정한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고 합당한 보험 수가를 적용해달라는 의료계의 목소리도 모두 묻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