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100일의 도전] 5) 소개하기

입력 2015-01-29 05:00:00

자기 이름 중국식 발음 어려워…"누구신지요?"

중국어로 소개하는 법을 배웠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3주 만의 일이다. 기본적인 문형에 이름 자를 넣는 간단한 인사법이다. 물론 발음도, 성조도 엉터리이지만 서로 다 알아(?)듣는다. 서로 소개를 하니 금방 친구가 됐다. 중국어로 대화가 이뤄지는 첫 순간이었다.

방민아 선생은 3명씩 조를 짜 연습을 한 후 발표하게 했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생각한 다음에 말을 하니 느리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듣는 사람 역시 어줍은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름을 중국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어려웠다. 지난주 방 선생이 13명의 중국식 이름을 일일이 칠판에 써줬었다. "몇 번이고 이름을 부를 일이 생길 터이니 연습하세요. 서로 이름을 부르다 보면 친근감도 생기고 발음에도 도움이 된다"며 외우라고 했다. 이름의 중국식 발음은 어렵다. 성조까지 있어 외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주어+술어+목적어' 어순에 맞는 단어 선택도 어려운데 성조, 거기다 이름의 중국식 발음까지 더하니 머리와 입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그런대로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동료를 제3자에게 소개하는 것. 주어와 술어를 말한 후 소개할 사람의 중국식 이름에 이르러 얼굴을 쳐다보면 웃고 있는 상대방의 이름을 잊어버린 경우다. 몇 번이고 되뇐 후에도 또 잊어버려 이름을 다시 묻곤 한다. 이름에 신경 쓰다 보니 어순과 성조가 뒤죽박죽이다. 누구를 누구에게 소개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방 선생은 잘 못해도 끝까지 시키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그날도 끝까지 참으며 지켜본다. 그러고는 "참 잘했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열심히 했다. 이런 경우 자신보다 못하는 이가 있으면 더 재미있다. 그래서 많이 웃었다. 실수하고 웃다 보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동안 함께 공부했지만, 얼굴을 봐도 서먹서먹했기 때문이다. 인사할 때 목소리 톤도 낮았다. 대부분의 수강자들은 2시간 동안 열심히 강의를 듣고는 끝나기 무섭게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중국어를 배우는 실감이 난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니 교실에 활기가 생기는 것 같다. 방 선생은 아침과 점심, 저녁에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인칭대명사에 이어 지시대명사까지 강의가 이어진다. 머리가 터질 것 같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생기는 것 같다. '다음 시간부터는 중국식 발음으로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해야지.' 이렇게 다짐을 해본다.

◆중국 국기 '오성홍기'

20일 화요일 수업에서는 전 시간에 치른 시험지를 받았다. 방 선생이 빨간 사인펜으로 잘못된 부분을 일일이 고쳐줬다. 시험지를 받아든 수강생들이 조용하다. 그런데 감추지 않고 벌겋게 색칠한 시험지를 옆 사람에게 보여준다. 방 선생은 "잘못 쓴 부분은 고쳐놓았으니 한 번 더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확인해 보세요"라고 한다.

이젠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질문이 있다"며 한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성조 변화에 대한 질문이다. 역시 성조가 어려운가 보다. 한 사람이 질문하자 질문이 이어진다. 질문이 많아지는 걸 보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방 선생은 질문에 답을 끝내고는 무섭게 진도를 나간다. 외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눈치 챈 방 선생이 주제를 중국으로 돌렸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5개의 노란색 별 중 제일 큰 별은 공산당, 작은 별은 노동자'농민'도시소자산계급'민족자산계급을 의미한다. 또 별의 색깔이 황색인 것은 황인종을, 바탕의 홍색은 공산당 혁명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배우는 것도 중국어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22일 수업 말미에 방 선생이 숙제를 내고는 다음 주 다시 시험을 치겠다고 했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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