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재원 부족은 지방재정 때문이 아니다

입력 2015-01-28 05:00:00

박근혜 대통령이 지방재정제도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떼 지방으로 내려 보내는 현행 지방교부세 제도하에서는 "(지자체가)세입을 확대하면 오히려 교부세가 줄기 때문에 자체 세입 확대 동기나 의욕을 꺾는 비효율적 구조"라는 것이다. 그 배경은 뻔하다. 세금은 걷히지 않는데 복지수요는 늘어나는 골치 아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재정을 손 봐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의 불똥이 담뱃값과 봉급생활자 호주머니에 이어 이젠 지방재정으로 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의 지적은 지자체도 자체 세수확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론에서는 타당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재 국세 대 지방세의 비중은 8대 2이다. 그리고 세법을 신설'개정하는 권한은 중앙정부에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체세수 증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지방재정 부족액은 매년 증가해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2003년 56.3%에서 2012년에는 52.3%로 낮아졌다. 자체 세수를 늘리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이런 기초적 통계쯤은 알 텐데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재정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은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대다수 지자체의 현실적 어려움을 도덕적 해이로 모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지자체의 자체 세수 확보 노력이 미흡하다고 나무라기 전에 자체 세수 확대가 가능하도록 법규와 제도부터 정비하는 것이 순서다.

복지 재원의 부족은 담뱃값이 싸서도,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이 너무 적어서도, 지방재정이 방만해서도 아니다. 따라서 이제 박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얽매여 봉급생활자의 주머니를 털거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려는 편법을 그만두고 증세냐 복지 재설계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 확대는 증세를 필요로 하고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그 범위 내에서 복지는 축소 또는 개편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3의 길'은 없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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