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 개혁 지방 부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중앙정부가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있는 교부세(내국세 총액의 19.24%'연 33조1천636억원'올해 기준)와 관련, "지방의 자체 세입 확대 동기를 꺾는다"며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자 지방이 들끓고 있다. 내국세의 80%를 국세로 걷어가고, 고작 20%만 지방세로 두는 대한민국 세정의 근본적 문제점을 간과한 채 지방의 무능만 탓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교부세 등 지방으로 내려주는 재원에 대한 개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방세 비중을 현재의 2배로 올려주는 등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근본적 세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 무슨 얘기 했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0분가량의 티타임을 통해 지방재정 지원의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방교부세의 배부 기준 재검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전면 재검토 ▷행정자치부 및 교육부의 특별교부세 지원 원칙과 기준 투명화 등 3가지 측면에서 지방재정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관련 부처와 학계는 현 정부 들어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세수는 부진한 상황에서 지방재정 지원 등의 기준과 배분 원칙 등을 점검 또는 재검토, 합리적인 지원과 효율성을 확보해 보자는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방교부세는 지원 기준이 기준재정, 보증수요, 자체노력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세수가 적은 지방자치단체에 교부세가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사실상 지자체가 재정 확충을 위한 자체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것이 중앙정부 입장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방교부세 책정 시 노령인구의 많고 적음, 복지 수요 등 지역의 특수성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내국세의 20.27%가 반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데도 내국세가 늘면 자동적으로 교부금이 늘도록 하는 구조여서 현행 불합리한 지원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교부세 늘리고, 지방 자주 세원도 늘려야
경상북도의 경우, 도내 23개 시군 한 해 살림살이(올해 일반회계 기준) 규모의 41%가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교부세로 충당된다. 경북도와 23개 시군의 올해 살림살이가 16조4천331억원에 이르는데 교부세로 충당되는 돈이 5조993억원이다.
군 단위로 가면 비중이 더 커져 도내 13개 군의 교부세 의존 비율은 48.8%에 이른다. 영양군은 일반회계 대비 교부세 의존 비중이 57.5%고 의성군 55.8%, 청송군 52.7%, 군위군 50.0%다.
경북도 내 군보다는 낫지만 대구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시는 올해 8천142억의 교부세를 받는데 올해 전체 살림살이(일반회계 기준) 기준으로 볼 때 17.3%에 이른다.
교부세 의존 비율이 큰 것은 지방엔 자주적 재원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로 맞춰져 있는 대한민국 세정 구조 안에서 지방이 자주적으로 세수를 확대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불균형으로 인해 지방재정 부족액은 매년 증가,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2003년 56.3%에서 지난 2012년 52.3%로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세수가 줄면서 지방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교부세 증가율은 이미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2011년 전년 대비 10.5% 늘어났던 교부세는 2012년 9.8% 증가하는 데 그치더니 2013년에는 증가율이 7.7%로 줄었다.
나랏돈의 전체 씀씀이를 보면 왜 지방에 돈이 더 많이 와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세출 단계로 내려가 보면 중앙과 지방이 4대 6의 비율로 역전되는데도 불구, 중앙정부가 돈을 틀어쥐고 이를 나눠 주는 구도가 지속되는 중이다.
경북도 김장주 기획조정실장은 "중앙정부가 중앙집권적 사고를 통해 교부세를 진단해서는 안 되며 현재 세입'세출 구조를 볼 때 오히려 교부세 비율을 현재 국세의 19.24%에서 21.24%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경북에 연간 5천564억원의 재원이 더 확보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돈 쓸 곳이 지방에 더 많은 우리나라 세출 구조를 감안할 때 근본적 세정 개혁을 해야 한다"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6대 4까지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는 지방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박 대통령이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개혁 필요성도 언급하면서 역내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교육 환경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학교 통폐합과 같은 세출 효율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내국세가 늘면 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가 과연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경북도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가 재정 부담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교육재정교부금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복지 수준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2015년 기준 대구시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조793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8.9%를 차지한다. 경북도교육청은 3조1천196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87.4% 수준이다.
대구시'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지방교육청 자체 예산은 전체의 2%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무상 급식, 무상 보육 등 교육 복지 부담이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교부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자체의 지방교부금과 교육청의 교육교부금을 통합 운영해 지방행정, 지방교육행정 예산을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서로 왕래할 수 있는 성격의 예산으로 보기 어렵다. 설령 물리적으로 통합하더라도 정치 논리에 휘둘려 '교육'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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