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청개구리 효과

입력 2015-01-27 05:00:00

미국의 심리학자 잭 브렘은 어떤 자유가 위협, 억제, 박탈당한다고 생각할 때 일어나는 동기적 흥분을 심리적 반발(Psychological Reactance)이라 했다. 간단한 이론은 아니지만, 쉽게 풀어 누군가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반발 심리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공부하려고 막 책상에 앉았는데 부모가 '공부 좀 해라'고 요구할 때, 갑자기 하기 싫은 반발심 같은 것이다.

이 반발심은 침해받는 내용이 중요한 것일수록, 자존심이나 권위 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세게 나타난다. 이때는 위협을 무시하거나, 아예 다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반발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침해받기 이전보다 오히려 더 강하게 고집하기도 하는데, 이를 부메랑 효과라 한다.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더 피우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곧 사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청와대 개편을 마무리하면 물러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이 재직한 지난 2년여 동안을 돌이켜보면 직접적으로는 아니더라도 대통령 참모진의 수장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았다. 국무총리 내정자가 3명이나 잇따라 낙마한 것에서부터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실 대응, 청와대 문건 유출, 민정수석의 항명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김 실장 책임론을 쏟아냈고, 국민 여론은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참혹한 지지율로 보여줬다. 그러나 과거의 여러 관계를 생각하더라도 좀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박 대통령은 모든 귀를 닫고 김 실장을 옹호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자존심이 세고, 자기 결단력이 강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 조건은 브렘의 심리적 반발 이론에 딱 맞다. 세간의 김 실장 경질 요구가 오히려 더 신임하는 반발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여론이나 야당의 공세에 밀리면 안 된다라거나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지 문제 등 정치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한 방법으로 앞의 부메랑 효과의 역(逆)인 청개구리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 있다. 말 안 듣는 청개구리 우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확신을 전제로 원래 목적의 반대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해, 김 실장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 일어났을 때마다 경질보다 오히려 중용을 요구했다면 대통령이 벌써 바꾸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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