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우산' 펼쳐 비 와도 플레이볼
미국 서북부의 관문인 시애틀은 왠지 낭만이 가득할 것 같은 도시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1993년 제작)의 영향이 크다. 무채색의 세련된 외관이 인상적인 '세이프코필드'(Safeco Field) 야구장 역시 이 도시에 묘한 매력을 더한다.
4억 8천만달러를 들여 지은 세이프코필드는 1999년 개장했다. 수용 인원은 4만 7천447명이다. 지방공기업 소유이지만 야구장 명칭 사용권은 보험'투자자문회사 '세이프코'가 1998년부터 20년간 갖고 있다. 매리너스(Mariners)는 선원들이란 뜻이다.
시애틀은 미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도시 중 하나이다. 10월부터 4월까지가 우기(雨期)이다. 지난해 12월 세이프코필드를 방문한 날도 비가 내렸다. 하지만 우산을 쓴 행인은 드물었다. '자존심 있는 시애틀 사람은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딱 들어맞았다.
그러나 야구장에 가면 '초대형 우산'을 만날 수 있다. 날씨에 따라 한 번 여는 데 10~20분이 걸리는 접이식 지붕(retractable roof)이다. 평상시에는 접혀 있고, 악천후에만 펼쳐진다. 여기에는 55층 높이의 빌딩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강철이 쓰였다. 구단 관계자는 "경기 중이라도 열고 닫을 수 있지만 측면은 트여 있어 바람도 들어온다"며 "지붕의 별명이 우산(umbrella)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이프코필드가 '명품 구장'으로 꼽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첨단과 전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돔 지붕 아래에 있는 최신 전광판과 좌익수 뒤편에 설치된 수작업 스코어보드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큰 편인 HD급 전광판은 2013시즌을 앞두고 교체됐으며 각종 팀 정보를 서비스한다. 또 수동 스코어보드는 가끔 조작 실수가 빚어지기도 하지만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메이저리그 구장 중 처음으로 경기장 조명을 전부 LED로 바꿀 예정인 것도 자랑거리이다.
3루쪽 관중석 뒤편이 바다인 세이프코필드는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부는 탓에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으로 악명이 높지만 환경친화적 구장으로도 유명하다. 경기장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70%를 재활용하고, 전기'물'가스 사용량도 다른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크게 줄인 덕분이다.
여기에다 야구장을 찾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 먹을거리 또한 다채롭고 훌륭하기로 소문나 있다. 햄버거, 감자튀김, 샌드위치, 핫도그, 나초, 피자 등은 기본이고 조갯살이 들어 있는 수프인 클램 차우더(clam chowder)나 스타 선수 이름을 붙인 초밥 세트를 와인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대구 새 야구장에서 '이승엽 햄버거' '최형우 치킨' '윤성환 김밥'을 판매하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세이프코필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국프로풋볼(NFL) 2014년 슈퍼볼 우승팀인 시애틀 시호크스의 홈구장, 센추리링크필드(CenturyLink Field)와 붙어 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등장하는 재래시장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도 그리 멀지 않다. 세계적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1호점이 있어서 더욱 유명세를 떨치는 곳이다. 도심 자체가 크지도 않지만 야구장과 축구장이 훌륭한 관광 코스가 되는 것이다. 야구장 기념품 매장 관계자는 "1977년 창단 이래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시애틀도 언젠가는 우승하지 않겠느냐"며 "켄 그리피 주니어, 랜디 존슨, 스즈키 이치로 등 팀 소속이던 슈퍼스타 관련 상품이 아직도 많이 팔린다"고 귀띔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한국인 선수와도 인연이 있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현 텍사스 레인저스)가 2000년 8월 계약금 137만달러의 조건으로 입단하고서 2006년 7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될 때까지 뛰었다. 백차승도 한때 시애틀에 몸담은 바 있다. 하지만 그리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한 탓에 이들의 기념품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 시애틀에서 글'사진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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