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없다더니, 한발 물러선 박대통령

입력 2015-01-23 19:52:54

여론에 귀 기울이나? 국정운영 변화 신호?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청와대 조직을 개편했다. 국면전환을 위한 인적쇄신은 하지 않겠다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지자 총리교체 카드로 맞대응한 모양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야당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쇄신 인사가 없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변화를 말하기는 이르다.

결국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하느냐에 달렸다. 정치인 출신 국무총리를 지명하고 핵심 측근들에 대한 일부 인사조치가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아직까지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여전히 국민을 가르치거나 국민에 맞서려는 대통령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빗발치는 여론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로 읽을 수는 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임기 3년 차를 맞아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이 체감하는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는 물론 당'정'청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조직과 얼굴을 바꾼다고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비선조직의 국정농단과 기강해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청와대에 쇄신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청와대 개편을 통해 청와대에 입성하는 특보와 수석비서관들이 어떤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특보들의 경우 기존 수석비서관들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칫 특보라는 자리 자체가 옥상옥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대로 단순자문 역할에 머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일단 과거와는 다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처음이 어려운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에 나선 이상 긍정적인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지명에 따른 부수효과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행정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공직기강을 새롭게 확립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 내외의 소통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청와대 개편에서 자리를 지킨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에 대한 무한 신임을 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김 실장은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국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께서 '사심 없이 일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운 분에 대한 예우는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 본인이 그만두기를 원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어 사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유광준 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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