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까지? 자율 침해 아닌가…공공장소 범위 놓고 찬반 갈려
◇대학·공원서도 음주 안돼
정부가 공공장소 '금주구역' 지정을 재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공원과 대학 등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3월 안으로 재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012년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증진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부처 간 의견 차이로 논의를 중단했었다.
공공장소 금주구역 지정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대학캠퍼스에서는 '자율권 침해'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대 대학생들은 "절주 캠페인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전 음주 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며 "법을 통한 강압적 규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금주구역 지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구대 절주동아리 회원 장선정(20) 씨는 "1학년 새내기 때부터 잘못된 음주 문화를 접하기 쉽다. 학교 안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도 솔직히 보기 좋지 않다"며 "학교라는 이름 안에서는 음주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학가는 "아직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여론조사 등을 거쳐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원과 해수욕장 등 다른 공공장소 역시 논란이 만만찮다. 실제 금주구역 지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는 2012년 공원 금주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강릉시 또한 2012년 경포대해수욕장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음주를 허용했다.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관광객 민원까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 피해와 사회 안전비용 등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23조원으로 추정되는 등 더 이상 금주 정책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전자담배 음식점서 금지…일반 담배와 같이 흡연 규제, 금연 보조기구인데? 반발도
"전자담배도 담배입니다. 실내에서는 피우면 안 됩니다."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똑같이 흡연규제를 받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아무 데서나 연기를 내뿜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 심심찮게 마찰이 빚어지지만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도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3시 10분쯤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 메트로센터. 20대 남성이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벤치에 앉아 버젓이 연기를 내뿜었다. 주위를 살핀 그는 전자담배를 몇 차례 피우다가 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주변 상인들은 "담뱃값이 오른 후부터 이곳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가끔 연세 높은 분이 여기서 피우지 말라며 주의를 주곤 하지만, 상당수가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이른바 금연법에 따라 같은 해 12월 8일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관공서 및 사무실과 대학교, 체육시설, 교통시설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올해부터는 이 같은 금연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이달 1일 모든 음식점과 카페, 주점이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전자담배도 담배로 분류돼 똑같은 법 적용을 받는데, 이를 어기고 담배나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8월 "전자담배 연기에는 니코틴과 폼알데하이드, 납, 크로뮴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간접흡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잘 모르고 있고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기구로 착각해 음식점과 주점은 물론 심지어 버스와 도서관 열람실에서도 피우고 있다. 일부 전자담배 판매업자는 "전자담배는 카페 등 실내에서도 건물주의 허락만 구하면 피울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를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을 단속하는 보건소 직원들은 "전자담배도 금연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하지만 '잘 몰랐다' '금연보조제 아니냐'고 하는 통에 과태료를 엄격히 물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애꿎은 시민들만 간접흡연의 피해를 보고 있다. 박모(50) 씨는 "전자담배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이 역시 담배라는 생각에 주위에서 피우면 자리를 피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미국 폐협회와 일본 국립보건과학의료원 등이 전자담배의 유해성 등을 속속 발표했고, 미국 주요 암협회도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며 "청소년에게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등 판매 시 엄격한 규제를 따르도록 하고 피우는 것 역시 지정된 곳에서만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담배 사재기 단속 '헛구호'…작년 9월 제조 담배도 유통, 대구 5찰 단속 적발 전무
담뱃값 인상에 맞춰 소매점, 개인이 꼭꼭 숨겨놓았던 담배가 봇물처럼 시중에 나돌고 있다. 정부와 경찰의 담배 사재기 단속 강력의지는 결국 '헛구호'에 그친 꼴이 됐다.
21일 오후 슈퍼마켓에서 담배를 산 우모(43) 씨. 담뱃갑 하단에 표시된 제조일자를 확인해봤더니 '40820'이었다. 지난해 8월 20일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얘기이다.
KT&G에 따르면 제조일자는 공장에서 생산될 때 표시한다. 이렇게 생산된 담배는 출고량, 거리 등의 여건에 따라 소매점에 배달되는 기간이 보통 30일, 또 소매점이 한 번에 보통 일주일치를 받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담뱃값이 인상되기 이전에 제조된 것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 직전인 12월 말을 전후해 편의점, 마트에는 담배가 동났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 담배는 분명히 누군가가 판매대에서 빼놨다는 것이 된다. 시세 차익을 노린 사재기 담배가 가격 인상 후에 소비자에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담뱃값 인상 발표가 나기 전인 지난해 8월로 제조일자가 찍힌 담배도 버젓이 팔리고 있다. 21일에는 담뱃값 인상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재기해둔 담배 수천 갑을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몰래 팔아온 직장인 등이 경찰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결국 담배 매점매석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공염불'에 그치면서 애꿎은 흡연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담배를 사재기한 소매상,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후 시중에 물량을 풀 것으로 보고 각 지방경찰청에 이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구도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대구국세청과 대구경찰청이 지난해 12월 4일부터 31일까지 5차례에 걸쳐 합동 단속에 나섰지만 현장 적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럼에도 가격 인상 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사재기한 담배를 파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22일 오후 1시 36분, 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에쎄 한 보루를 4만원(시중가보다 5천원 저렴)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기자는 같은 날 던힐 라이트 한 보루를 3만원에 팔 테니 살 생각이 있느냐는 슈퍼마켓 주인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흡연자 정모(32) 씨는 "사재기했거나 중국에서 들여온 담배를 인터넷에서 판매한다는 사람은 있는데 왜 아직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없냐"며 "결국 담뱃값 인상이 정부와 담배 판매상의 주머니만 불린 셈이 됐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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