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경산업의 모태는 대구다. 대한민국 첫 안경공장이 1945년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 안경테 제조기술을 배워온 고 김재수(1913~1982) 옹이 현재 북구 원대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공장인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를 설립한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상표를 단 안경테가 전 세계를 누비는 한국안경제조 70년의 서막이다. 대구안경 산업은 그동안 급속한 성장과 부침을 겪었지만, 대구 대표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구 안경산업 70년, 부흥과 침체의 역사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에 이어 1953년 동양셀룰로이드공업사(대표 노병진)가 대구에 문을 열면서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한 안경테 생산이 전성기를 맞는다.
국제셀룰로이드사는 1960년 대구 최초로 홍콩에 3천달러 규모의 안경테를 수출하고, 한때 종업원 수가 3천여 명에 이르는 등 그 규모가 대단했다. 스위스에서는 도금 기계를, 독일에서는 나사 깎는 기계를 들이는 등 생산 설비가 우수해 당시 안경선진국이던 일본에서도 견학을 올 정도였다.
이를 시작으로 6'25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대구에서 안경테 생산업계가 형성돼 대구 북구는 안경 집산지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6년에는 북구 3공단 일대가 '대구안경특구'로 지정됐고, 2009년에는 안경거리가 조성됐다. 현재 안경생산 업체 400여 곳이 북구 3공단 일대에 밀집해 있다.
한국안경산업은 1960~70년대 중흥기를 맞는다. 1960년대 저렴한 스테인레스스틸 안경테 생산, 월남전 파병 안경테를 미군 PX에 납품하게 되면서 급성장했다. 이후 정부의 경공업 지원정책과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의 수출주도 정책에 힘입어 연평균 20~30%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게임 등을 거치면서 내수시장의 성장과 함께 크게 발전했다.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자 안경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IMF와 중국의 저가공세, 안경선진국에 밀리며 수출 부진을 겪기 시작한다. 인건비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 브랜드 열세와 더불어 고가품 시장에서는 이태리,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유명 브랜드 제품 수입이 증가했다. 저가품 시장에서는 중국 제품이 밀려들었다. OEM 수출 위주의 영세한 업계 구조와 인력 부족, 안경점에 편중된 유통 구조도 한몫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안경업계는 독자 브랜드와 디자인, 신소재 개발을 통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대구시는 2004년 안경산업을 지역연고산업 육성 사업으로 지정했고, 안경업체가 밀집한 북구 원대동에 (재)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가 개최한 대구국제안경전은 이제 국제적 안경박람회로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지역연고(전통) 산업육성 사업에 선정돼 재도약 여건을 마련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대구지역 안경제조 업체 수는 2012년 기준 502개 사로 전국의 84.7%, 종사자 수는 전국의 76.2%를 차지하면 전국 최고의 특화도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 안경산업의 과제
대구의 안경산업은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 안경제조 업체는 종사자 수 1~9인 이하가 87%(201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브랜드 홍보, 시장 변화, R&D 투자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종이 안경테에 편중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렌즈 등 광학용품이나 시력교정용 안경 등 안광학기기 제조업체는 43개에 불과해 전국 대비 6.1%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대구 안경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밝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 손진영 원장은 "대구는 한국안경제조의 80%가 집적되어 있고, 관련 분야의 다양한 업종이 전문화돼 있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도시"라고 했다.
대구 안경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강화 ▷안광학 산업 육성 ▷중소규모 업체 육성을 꼽고 있다.
우선 유망업체를 국내 유명 디자인 업체와 제휴시켜 브랜드 스타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대구 안경제조 업체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숙제다. 올해 3공단에 개원하는 안경산업토탈비즈니스센터는 안경 관련 원천 기술을 선점하고, 안경테 위주에서 안경 렌즈나 선글라스, 광학기기 등 연관산업을 육성하는 전진기지로 육성해야 한다.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삼아 영세한 지역의 안경업체들이 50인 이상 중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필요하다.
안경산업은 이제 패션의 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산업군, 다양한 분야의 신규 인력이 안경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지역의 전통산업인 섬유, 패션, 쥬얼리를 비롯하여 IT 분야 등 다양한 산업군과의 융복합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
손 원장은 "올해 '한국안경제조70주년기념사업'을 통해 한국 안경제조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대구가 글로벌 안경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해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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