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선택, 박현기 5월 말까지 대규모 회고전

입력 2015-01-21 07:12:28

국내 비디오아트 선구자…동양적 매체 해석 높이 사

박현기 작
박현기 작 '만다라'.

지역 미술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이름을 떨치고 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명일 작가가 올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본지 16일 자 24면 보도)된 데 이어 대구 출신 박현기(1942~2000)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27일(화)부터 5월 25일(월)까지 '박현기 1942-2000: 만다라'전을 개최한다. 홍익대에서 회화와 건축을 두루 공부한 박 작가는 국내 비디오아트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다 1984년부터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한 반면 박 작가는 1970년대 말부터 국내에서 영상 매체를 작품에 활용하며 독특한 비디오 작업을 해왔다. 특히 그는 1974년 시작된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요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1979년 상파울루비엔날레, 1980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하면서 일찌감치 국제적인 시야를 넓혔다. 1980년대 일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 박 작가는 1997년 이후 '만다라' 시리즈, '현현'(顯現) 시리즈 등의 대표작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국내 비디오아트의 개척자로 각광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는 암과 투병하다 2000년 1월 숨을 거두었다.

박 작가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당시 '비디오'라는 생소한 매체를 동양적인 정신으로 풀어놓은 탁월한 해석에 있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 세계관이 서양의 형식언어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를 질문하는 일에 평생을 매달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등 세상의 극단들이 서로 갈등하고 공존하는 일종의 '에너지장'을 형성한다.

돌탑 사이에 돌을 찍은 영상 모니터를 끼워 넣은 초기 비디오 작업은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돌과 모니터의 돌은 서로 중첩되어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구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는 하늘에 뜬 달과 강물에 비친 달을 구별하지 못한 채, 강물의 달을 잡기 위해 물에 뛰어든 이야기를 남긴 이태백의 정신세계를 연상시킨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회고전은 2만여 점에 달하는 각종 자료가 처음으로 정리'완료되어 공개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기석 국립현대미술관 언론홍보담당은 "이번 회고전은 박 작가의 미술 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망하고 그의 가치와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더불어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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