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동학대사건 여파에…어린이집 '행동' 조심조심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이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후폭풍이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어린이집에도 몰아치고 있다. 부모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등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감시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린이집들은 보육매뉴얼 점검, 보육교사 교육 등 보육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를 쉽게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원아모집 기간을 앞두고 터져 대책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급기야 대구 수성구 어린이집 보육교사'원장 1만3천여 명은 23일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수성구청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으로 부모와 어린이집 간의 신뢰마저 무너졌다. 매일 아침과 오후, 웃음으로 마주했던 부모와 보육교사 사이엔 웃음 대신 어색함과 불편함이 자리 잡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들은 "아이가 잘 있는 지가 궁금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불안해하고, 보육교사들도 "부모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죄인이 된듯한 기분이다"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북구 칠성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인천 사건으로 인해 취원 상담이 뚝 끊겼다. 걱정이 돼 다른 어린이집 원장들과 통화를 했는데,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상당기간 어린이집 운영에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했다.
16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어린이집 앞. 4살 자녀를 데리러 온 강모(38) 씨는 "끊이지 않고 터지는 어린이집 관련 사건에 부모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참에 일을 포기하고 직접 아이를 돌보든지, 시댁이나 친정에 'SOS'를 쳐 봐달라고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와 멀리 떨어져 사는 맞벌이 부부들로서는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골머리가 아프다. 장모(37) 씨는 "보육의 상당 부분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믿고 맡기기가 불안해지니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소문난' 어린이집에 보내려니 거리도 멀고 비용 부담도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 또는 보낼 어린이집이 어떤 시설을 갖추고 있고, 또 교사들의 자질은 어떤지, 교육기관에서 내린 평가가 어떤지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살피고 있기도 한 상황이다.
어린이집들은 예민해진 부모들 응대에 애를 쓰며 자체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북구 침산동의 한 어린이집 원장(32)은 "요즘, 아이를 혼내지 말아 달라는 부모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편식해도 좋으니 억지로 먹이지 말라, 말을 안 듣고 소란을 피워 혼을 낼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해달라 등의 요구도 많다"고 했다.
서구 평리동의 어린이집 원장(43)은 "최근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대할 때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CCTV에 행동이 크면 자칫 아이들을 때리거나 위협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아이들을 손으로 만지는 행동을 자제하라고까지 말했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