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권은 '부(富)의 상징'이었다. 개인은 물론 법인들도 앞다퉈 골프장 회원권을 샀다. 골프장을 저렴하게 이용하는 '사용가치', 분양가보다 가격이 오른다는 '자산가치', 그리고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가치' 때문에 회원권은 큰 인기였다.
수요가 늘면서 골프장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회원권 분양도 넘쳐났다. 그러나 경기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최근 들어 회원권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법인들은 회원권 추가 구매는커녕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회원권을 잇따라 내다 팔고 있다.
결국 골프장 회원권은 분양가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큰돈을 날린 회원들은 울고 있고, 받을 세금조차 못 받은 지자체도 울상이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으니 세금을 깎아달라"며 골프장도 전국적으로 조세저항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치 떨어진 '회원권'…소유권 공방·대중제 전화 등 회원들 입회금 반환 마찰 잦아
지난해 말 김천 베네치아CC. 주주라고 주장한 50대 남성이 회원들을 권총과 흡사한 전기충격기로 위협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골프장은 건립 도중 대주주가 변경돼 권리관계가 복잡한 상태로 조건부 등록 후에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경영권이 흔들렸고, 회원권 가격이 폭락하는 등 회원'주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사건도 이런 연장선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주거래 은행이던 하나은행은 베네치아CC를 공매를 통해 ㈜다옴에 매각했는데, 골프장 소유권을 두고 종전 대주주와 ㈜다옴 간의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다. 정상화를 위한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천 베네치아CC처럼 회원권 가격이 폭락한 남안동CC. 이 골프장 회원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007년 개장한 남안동CC는 2011년 회원 입회금 반환 기한이 돌아오면서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는 회원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으며 최근까지 입회금 85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이 골프장은 지난해 말 결손금액이 300억원을 웃돌 만큼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법원은 골프장의 계속가치보다는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판결을 내렸다. 경영 정상화는 물론 회원들의 권리행사에도 상당한 제약이 초래된다며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군위 꽃담CC 회원들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 경영난을 겪어온 골프장에 빚이 갈수록 쌓이면서 회원권을 가진 회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회원들에 따르면 골프장 측은 대중제 전환을 통해 회원권 일부 출자전환화'이용권 지급 등을 골자로 한 회생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한 회원은 "현재 골프장 운영 주체인 '꽃담레저'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골프장의 빚이 너무 많아 출자전환을 할 경우, 빚에 묻혀 막대한 재산권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회원들의 목소리다. 꽃담레저의 채무는 전체 회원 618명이 가진 회원권 547억원, 주채권자인 계룡건설 290억원, OSB저축은행 180억원 등 무려 1천17억원에 이른다.
◆불어나는 '세수 펑크'…세금 체납액 100억원 돌파, 인허가 내준 지자체도 허덕
골프장은 경북도 및 도내 시군들의 '세금 보물창고'였다. 골프장이 내는 지방세는 8개나 된다. 경북도가 걷는 세금이 취득세'등록면허세'지역자원시설세'지방교육세 등 4종류, 시'군청이 걷는 세금이 재산세'자동차세'지방소득세'주민세 등 역시 4종류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물론 시군에도 골프장은 세금 효자였다. 경주의 한 골프장은 2011년 85억원의 지방세를 부과받아 그해 도내 골프장 중 지방세 부과액 최다였다.
영천의 한 골프장은 2011년 182억원, 그 이듬해 84억원의 지방세 고지서를 받아 2년 연속 도내 골프장 가운데 지방세 부과액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요즘 골프장은 얼굴빛을 달리하고 있다. 골프장이 더 늘어나지 않으면서 세금 부과가 크게 줄었고, 일부 골프장은 영업악화를 겪으면서 내야 될 세금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내 골프장들의 세금 체납액은 지난해 100억원을 돌파해버렸다. 경북도 세정과 관계자는 "최근 골프장 몇 곳이 '대형 체납'을 일으키면서 큰 골칫덩이가 됐다"고 했다.
실제로 지방세와 국세 등을 합쳐 65억원가량을 체납 중인 김천 베네치아CC는 '세금 효자'인 줄 알고 인허가를 내줬다가 '불효자'로 돌변한 대표 사례다. 세금을 걷기 위해 넣어야 할 과세 비용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는 '폭탄'이 터진 것이다.
베네치아CC가 조건부 등록을 한 2012년 8월 이후 최근까지 김천시가 받은 지방세는 고작 약 3억7천만원, 이 중 1억4천200만원은 체납 해결을 위해 매일 공무원들이 베네치아CC를 찾아가 현금으로 100만원 혹은 200만원씩 받아온 금액이다. 요즘도 세금징수를 위해 김천시 공무원이 매일 현장에 출장을 가서 푼돈을 받아오고 있다.
◆골프장發 '조세 저항'…매출 아닌 보유재산에 과세, 토지·건물 등 대중제의 20배
회원제 골프장들은 "우리도 살아야겠으니 세금을 내리라"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연매출이 줄어들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 업주들은 "골프장의 경우, 매출에 따라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보유재산에 세금을 매기고 있는데다 과표 현실화 등으로 세금이 매년 올라가자 일부 회원제 골프장들이 세금을 내지 못해 재산까지 압류당하는 위기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9개 회원제 골프장은 재산세 중과세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경주시, 경산시 등 7개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대구지법에 재산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 이용자가 내는(1인 1회 입장 시) 개별소비세 및 부가세는 2만1천120원이다. 이 세금을 대중제(퍼블릭) 골프장 이용자는 2000년 7월부터 내지 않고 있다. 또 이 세금은 카지노의 3배, 경마장의 12배, 경륜'경정장의 30배다.
회원제 골프장은 재산세'종부세'취득세도 중과된다. 현재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분리과세되는 토지, 건물분 재산세율은 4%로 대중제 골프장보다 20배 가까이 중과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도 개발 불가토지인 골프장 원형보전지를 비업무용 토지로 간주, 중과세(최고 2%)하고 있으며 대중제 골프장(최고 0.7%)보다도 3배 가까이 높다. 취득세(등록세 포함)는 회원제가 대중제보다 3배나 많이 부가된다.
경북의 한 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벌이가 갈수록 시원치 않아 매출이 떨어지는 마당에 세금폭탄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다"고 발끈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군위 이희대 기자 hdlee@msnet.co.kr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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