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정치'경제'사회'통일 등 각 분야에 걸쳐 국정운영 계획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의 수습을 위해 요구됐던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인식과 궤를 달리했다.
이번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회견 내용은 이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았다. '문건 파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기강을 무너뜨린 일"이라고 했다. 문건 유출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 일부 보좌진들의 권력욕과 사심(私心)이 빚은 일탈 행위라는 것이다.
상황 인식이 이러니 인적 쇄신이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의 교체 여부에 대해 "현안을 수습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비켜갔다.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도 "(국정 개입)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내 옆에서 일하겠느냐"며 교체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결국 이번 회견은 박 대통령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에 큰 괴리가 있음을 재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정운영 동력의 소진이라는 걱정스러운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올해로 박 대통령은 집권 3년 차를 맞았다. 권력의 생성 상승 하강의 주기상 최정점에 와있는 시기다. 게다가 전국 규모의 선거도 없어 취임 당시 구상했던 과제들을 밀도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도 갖췄다. 하지만 국민의 전폭적 지지가 없으면 권력 주기의 최정점에서도 국정운영의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인적 쇄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 오직 국민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앞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앞으로도 남은 임기 동안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을 대하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이 잘 읽힌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이를 알아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실천할 때 진정성은 실체를 확보한다. 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대북관계에서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또 이산가족 문제를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설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것에서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유념할 것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남북의 지도자 모두에게 큰 치적이다. 그래서 특별한 성과가 기대되지 않아도 만남을 위한 만남에의 유혹은 크기 마련이다. 이런 정상회담은 남북 지도자 개인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이득이 될지 몰라도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상회담은 의제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 유의해 남북 정상회담은 치밀하고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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