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Born to Entertainment 전현무

입력 2015-01-13 05:43:53

호랑이·메뚜기·벼멸구 장악한 야생에 뛰어들어서도 살아남았네

2015년 한 해 동안 가장 무섭게 성장할 예능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 전현무(38)를 꼽고 싶다. 전현무는 선천적으로 예능인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다. 취업 준비생 시절 조선일보와 YTN 입사시험에 동시에 합격했고, 이후 KBS 공채에 통과했을 정도로 '언론고시' 준비생 사이에서는 '영웅적인'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현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예능밖에 없었다. '곧 죽어도 예능'을 외치며 '더 많은 기회'를 노리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지 햇수로 3년. 든든한 울타리를 박차고 야생으로 나온 '선천적 예능인'이 어느새 방송계 먹이사슬의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운동? 예능할 시간도 부족해 안합니다"

전현무의 하루 일과는 오전 7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MBC FM4U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와 함께 시작된다. 7시부터 시작되는 라디오 생방송을 맡으려니 대략 5시 정도에는 기상해 준비를 해야 한다. 라디오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TV 프로그램 녹화 스케줄이 이어진다. MBC '나 혼자 산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 MBC MUSIC '아이돌 스쿨', JTBC '비정상회담', 그리고 이달 말에 방송예정인 tvN '수요미식회'. 또 JTBC의 '히든싱어'와 새 프로그램 두 편에도 발을 걸치고 있다. 그 외에도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행사까지 소화하는가 하면 '발전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며 중국어 공부까지 겸하고 있다. 사실상 1년 12달, 하루 24시간 동안 속 편하게 쉬는 시간이 없는 것과 같다.

최근 들어서 스케줄이 빡빡해진 게 아니다. 프리랜서 전향 후 전현무는 줄곧 바빴다. 번듯한 소속사도 없는 상태에서 겁 없이 KBS에 사직서를 낸 후 한 달 만에 tvN '현장토크쇼 택시'의 MC가 됐다. 이후로 같은 방송사의 '세 얼간이', Mnet '보이스 키즈' 등의 프로그램에 줄줄이 캐스팅됐다. 그리고는 거대 연예기획사 SM C&C와 성공적으로 전속계약을 마쳤으며 그 후로 날개 단 듯 한층 더 빠르게, 또 높이 날기 시작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뿐 아니라 '될 만한 프로그램과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을 굳이 가리지 않고 활동한 덕에 출연작 편수는 무려 40개를 훌쩍 넘어버렸다. 그리고 다작을 한 만큼 '감'이 좋아지고 인지도 역시 높아졌으며 '히트율'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제 '히든싱어'의 원톱 MC로 전현무만큼 잘 어울리는 이는 떠오르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의 엔딩에는 전현무의 '깨방정'과 비음이 곁들여진 노랫소리가 있어야만 한다. 스튜디오형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나혼자 산다'처럼 리얼리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는 재치를 발휘한다. 말 그대로 일취월장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도대체 언제 쉬고 언제 연애하고 언제 운동하며 언제 친구를 만날까. 몇 달 전 한 방송사 대기실에서 만난 전현무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쉬는 날이 있긴 해요?"

전현무가 답했다. "어떻게 스케줄을 짜든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하죠. 그런데 그날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요. 그냥 종일 집에서 자다가 깨다가 그래요."

다시 한 번 물었다. "도대체 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죽어라 일만 하는 겁니까?"

전현무의 대답은 명쾌했다. "예전에 한 방송사 선배가 그러더군요. 방송인은 항상 시청자들의 눈에 띄어야 한다고. 소위 '병풍' 역할에 그쳐도 좋으니 항상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 경쟁력이 생기죠. 특히나 저는 아직 이것저것 가릴 때는 아니예요."

술을 못 마신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술자리가 2시간 동안 이어져도 맥주 두세 모금 먹는데 그치니 최소한 피로까지 겹친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우려는 없다. 운동에 대해서는 역시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안 합니다. 할 시간이 없어요." 평소 대화법도 역시 '예능' 그 자체다.

연애는 언제 하고 장가는 언제 갈 거냐고 진심으로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하고 다니겠지, 그래야 인간적이다.

◇가장 많이 찾는 MC로 부상

"이제 야생으로 떠납니다. 거기엔 호랑이도 있고 메뚜기도, 벼멸구도 있습니다. 일개 작은 시츄에 불과한 제가 예능 왕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2012년 퇴사를 앞두고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전현무의 가요광장'의 마지막 생방송에서 전현무가 했던 말이다. 호랑이는 강호동을, 메뚜기는 유재석, 벼멸구는 박명수를 뜻한다. 시츄는 전현무 본인이다. 당시 전현무는 이 마지막 멘트를 남기며 평소 이미지와는 어울리지도 않게 눈물을 찔끔거렸다. '품질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며 내린 퇴사 결정. 하지만, 당시로선 SM C&C와의 계약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버팀목도 없이 혼자서 벌판으로 나가 먹잇감을 구해야 하는 상황. 불안한 게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전현무는 야생에 완벽히 적응했다. 각 방송사 제작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섭외를 받는 예능인이 됐다. 아나운서 출신다운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바탕에 깔고 그 위에 개그맨들의 주특기인 유머와 웃음, 또 '깨방정'을 접목해 '전현무식 진행법'을 대중에 각인시켰다. 워낙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다 보니 해당 프로그램의 특징을 고려해 적합한 포지션을 잡아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일단 전현무가 들어가면 안정성과 웃음은 보장된다'고 인정받으면서 수없이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잘 나간다'는 예능 MC들의 순위를 따져본다면, 전현무의 위치는 '2인자와 3인자 사이' 정도가 되겠다. '1인자급'을 유재석이나 신동엽 등 톱 MC들로 놓고, 이휘재와 김구라'박명수 등 인기 MC들을 '2인자 급'으로 본다면 전현무의 현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휘재의 빈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의 우선순위를 보장받고 있는 건 아니다.

단 활동폭과 성과를 생각해보면 향후 가능성이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이 전현무다. 프리랜서로 출발할 당시 "비지상파의 강호동-유재석이 되겠다"고 단언하더니 불과 2년 반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MBC와 SBS의 인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면서 지상파에도 안정적으로 입성한 상태. 퇴사 후 사내 규정(3년간 출연정지)에 따라 KBS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 '족쇄'마저 올해 벗겨져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2015년 한 해 동안 지상파에서 좀 더 탄탄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내년 즈음에 '1인자'들과의 경쟁까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을 감히 해본다.

2009년 '스타골든벨'에 출연할 때만 해도 '수위' 조절을 못 하고 무작정 웃음만 유발하려다 '비호감에 밉상'이라 불렸던 방송인. 그해 KBS연예대상에서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강호동의 뺨을 툭툭 치는 등 '오버'하다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인물이 전현무다. '아나운서가 왜 그렇게 방송을 싼 티 나게 하냐'는 질책도 수없이 받았다.

그런데 이 점을 생각해야 한다. 전현무는 '원래' 그렇다. KBS 아나운서 공채 면접에서 "예능 MC가 되고 싶다"고 말한 유일한 지원자였다. '도전 골든벨' 측에서 MC 제안을 했는데도 "지방출장이 잦을 텐데 그 사이에 예능 섭외가 들어오면 어떡하느냐"며 거절했던 사람이다. YTN에서 2년여 간 앵커로 활동하면서도 머릿속에 내내 웃길 생각만 하고 살았던 '선천적 예능인'이다.

정달해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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