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건축심의로 못 막은 '현대백화점 교통대란'

입력 2015-01-12 06:08:10

교통혼잡 유발 지적에도 개선책 무시

대구 현대백화점으로 인해 이 일대가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첫 주말인 10일 현대백화점 앞 도로에서 모범택시기사들이 교통 안내를 하고 있다. 이날 현대백화점 주변에는 모범택시기사, 공무원, 경찰 및 현대백화점 주차 요원들이 합동으로 교통 안내 및 단속을 벌였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현대백화점으로 인해 이 일대가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본지 보도 이후 첫 주말인 10일 현대백화점 앞 도로에서 모범택시기사들이 교통 안내를 하고 있다. 이날 현대백화점 주변에는 모범택시기사, 공무원, 경찰 및 현대백화점 주차 요원들이 합동으로 교통 안내 및 단속을 벌였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현대백화점이 야기한 대구 달구벌대로 반월당 일대 및 그 주변 교통혼잡은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음으로써 그 피해가 고스란히 대구시민에게 돌아오고 있다.

건축허가를 앞두고 시행된 교통영향분석심의(이하 교통심의)에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의견)로 여겨져 무시됐다. 또 이후 교통학회가 제시한 대책 역시 건축심의위원회 심의(건축심의)에서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통'건축심의가 대구시민의 교통편의가 아닌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진행된 탓이다.

본지가 입수한 대구시의 2008년 7월 27일 현대백화점 대구점 신축과 관련한 교통심의 회의록에는 택시승강장이 차량 정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버스정차대' 설치를 두고 찬'반 논의가 진행됐다. 이 회의록에는 A위원이 앞으로 우회전 차량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업지(현대백화점) 전면에 우회전 차량에 길을 터 줄 수 있도록 버스베이(bus bay'버스정차대)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백화점 측은 가장자리 차로를 추가로 확보해 필요 없다고 맞섰다. 다시 A위원이 택시의 정차 때문에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처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교통 혼잡의 원인이 당시에 논의됐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 문제는 보름(8월 14일) 뒤 열린 심의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은 채 심의위원들은 현대백화점 대구점 신축 안건을 조건부 가결했다.

버스정차대 설치와 택시승강장 폐쇄는 2011년 대구시가 교통 혼잡을 예상하고 별도로 교통학회에 의뢰한 용역에서도 개선책으로 거론됐으나, 이는 건축심의(2011년 2월)에서 거부되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교통'건축심의 때 이 같은 개선책을 간과함으로써 이 일대 교통혼잡이 야기된 셈,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뒤늦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 백화점 개점 한 달 전인 2011년 7월 '반월당네거리와 계산오거리 좌회전'을 허용하고, 2013년 3월에 '이면도로 통행체계 변경'을 단행했다. 하지만 다른 대책들이 무시되면서 이 역시 일대 교통혼잡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미봉책에 그쳤다.

교통전문가들은 이 과정들을 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에 대해 진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 심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교통'건축심의가 2009년부터는 건축'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가하는 건축심의위원회의 통합심의(이하 통합심의'21층 이상이거나 전체면적 10만㎡ 이상 대상. 이하 건축물은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심의위원회 심의)로 확대됐지만 교통분야는 위원이 3~5명에 그쳐 교통대책을 수립하는 데는 넘어야 할 더 큰 벽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규모가 클수록 주변 차량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통합심의에서 교통전문가의 목소리가 약해져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가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교통분야 교수는 "통합심의에선 건축물의 설계도면이 건축규제에 맞는지 등의 심의가 주로 이뤄져 소수의 교통전문가가 지적하는 교통문제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며 "교통대책을 발목잡기식 또는 무리한 요구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교통대책) 수용 시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는 등의 시간, 비용 계산을 핑계로 건축주의 편의를 봐주는 경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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