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법' 사각지대서 무한증식…중형마트 140곳 '골목 침투'
"중형마트의 일일 평균 매상은 1천만원 안팎, 식자재마트는 3천만원 이상"
본지 기획취재팀이 파악한 대구지역 식자재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곳이다. 이중 16곳이 2010년 이후 문을 열었다. 이들 식자재마트의 85% 이상은 최소 700㎡ 이상의 면적을 가진 중형마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리테일, 롯데슈퍼 등 대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는 상품취급점 역시 2012년, 2013년 2년 동안만 8곳이 생겼다. 놀라운 성장세이며, 일일 매출액 규모도 상당하다. 이들 중형마트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의 틈새를 잘 파고든 신흥 유통강자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형마트는 무한확장 중!
중형마트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중형마트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트(SSM)와 달리 유통법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330㎡ 이상 규모의 슈퍼마켓을 말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자재마트와 같은 중형마트들이 동네상권 구석구석 파고들고 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 중형마트는 동네마다 최소 1, 2곳에서 많게는 5곳 이상이 자리하고 있다. 중형마트의 밀집도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곳일수록 높다. 대현뜨란채, 대현휴먼시아 등 대규모 아파트가 자리한 대구 북구 대현동의 경우 동대구신시장 주변으로만 중형마트가 6곳 이상이다. 이중 2곳은 2013년 이후 문을 열었다.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고 있는 대구 동'북'달서구'달성군 일대는 중형마트가 눈뜨면 하나가 생겨날 정도다. 북구 태전동에서 950㎡ 규모의 슈퍼마켓을 9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기영(51) 씨는 "처음 슈퍼마켓을 시작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660㎡ 이상의 경쟁업체가 10곳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동구 신서혁신도시와 인접한 동호동의 경우 지난해 5월 1천900㎡ 이상 규모의 장보고 식자재마트가 영업을 시작했다, 다음달에는 인근에 또 하나의 중형마트가 문을 열 계획이다.
◆골목마다 자리한 중형마트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330㎡ 규모의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3) 씨는 지난해 말 김장철 맞이 특가전에 돌입했다. 김 씨는 12일 동안 특가전에서 배추나 젓갈, 소금 등 김장 관련 제품 가격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제시했다. 수산물과 제과, 고기, 과일 등 기타 품목도 기존 가격보다 대폭 낮춘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놨다.
"주변에 대형마트부터 중형마트까지 경쟁점이 수두룩해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트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동구매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합니다."
김 씨가 이곳에서 처음 슈퍼마켓 운영을 시작한 건 지난 2009년. 당시만 해도 주변에 홈플러스와 이마트 등 대형마트 2곳이 전부였다. 도로변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달리 김 씨의 슈퍼마켓은 아파트 단지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마침 정부에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던 터였다.
하지만 불과 6년 사이 동네상권은 크게 달라졌다. 김 씨 슈퍼마켓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330~1천500㎡ 이상 규모의 중형마트 4곳이 새롭게 문을 연 것. 그는 "아파트 길목마다 생겨나는 슈퍼마켓은 거의 다 330㎡ 이상되는 중형마트"라며 "불과 몇십미터 떨어진 곳에 다른 마트가 생겨나다보니, 더 나은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동네슈퍼를 떨게하는 식자재마트
대구에는 식자재마트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구 브랜드 '장보고 식자재마트'는 지역을 벗어나 전국 체인망을 모색하고 있다. '필 식자재마트' 역시 동네상권의 신흥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장보고 식자재마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등) 인근에 들어서 매출신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160개의 점포가 자리한 대구 동구 불로전통시장은 1년 전부터 '초긴장' 상태다. 불로전통시장 입구 바로 건너편 도로에 새로 생긴 '필 식자재 마트' 때문이다. 990㎡ 규모의 이 식자재마트는 최근 오픈했다. 시장 상인들은 이 식자재마트가 불로전통시장을 고사 직전으로 몰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불로시장 입구에서 18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화(58)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식자재마트에 맞서기 위해 나름의 대응책도 세웠다. 슈퍼마켓 운영시간을 한 시간 연장한 오후 11시까지로 늘렸으며, 배달차량도 새롭게 구입했다. 하지만 이 씨는 식자재마트가 최근 문을 열었기 때문에 매출이 얼마나 떨어질 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 씨는 "칠성시장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제공해 인근 식당을 단골 손님으로 만들었는데, 이제 단골 손님들까지 다 뺏길 것만 같다"고 걱정했다.
아예 영업을 포기한 슈퍼마켓도 있다. 불로시장 인근에서 165㎡ 남짓되는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이한구(60) 씨는 문을 닫기로 결심했다. 15년 간 운영하던 슈퍼마켓이었다. 4년 전에는 슈퍼마켓 운영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중소기업청에 '나들가게'까지 신청해 인테리어를 산뜻하게 바꿨지만 새로 문을 연 식자재마트 때문에 미리 항복선언을 했다. 이 씨는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게 식자재마트"라고 토로했다.
기획취재팀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사진'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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