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점높은 '대포통장' 우르르…청약 알박기

입력 2015-01-07 07:18:45

신규분양 대구사람 줄탈락 왜?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청약 결과가 5일 자정에 발표되자 북구 칠성동에 마련된 견본주택 주위에는 분양권을 사고팔려는 떴다방 업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청약 결과가 5일 자정에 발표되자 북구 칠성동에 마련된 견본주택 주위에는 분양권을 사고팔려는 떴다방 업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5일 밤 토끼 눈을 비비며 초조하게 컴퓨터 화면을 보던 직장인 김희선(36) 씨는 체념했다. 지난해 초부터 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마다 1순위 통장을 계속해서 밀어 넣었지만 한 곳도 당첨되지 않았다. 이날 자정에 발표된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아파트 청약 역시 떨어졌다.

체념은 분노로 바뀌었다. 동일인물로 보이는 한 명이 47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특정평형에서 10개나 한꺼번에 청약됐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 아파트 청약은 로또 당첨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한 사람이 10개나 청약에 걸리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말로만 떠돌던 대포 청약통장의 실체가 최근 분양한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청약 당첨자 발표에서 한꺼풀 드러났다.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대포' 청약통장 의혹

지난달 분양에 들어간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은 평균 171.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한 사람은 47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인 특정 평형에서 10채나 당첨이 되는 행운을 안았다.

본지가 5일 자정에 발표된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 청약 당첨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용 84㎡에서 당첨자란에 643*번의 같은 뒷자리 전화번호를 쓰는 당첨자가 10명이나 됐다. 이 번호는 같은 날 분양에 나선 현대산업개발의 수성아이파크 청약 당첨자 명단에도 3개나 포함됐다.

해당 웹 사이트의 청약 당첨자 확인 프로그램에는 당첨자 전화번호 끝자리 4개와 함께 이름, 출생년도가 노출되는데 전화번호는 청약 때 본인인증 없이 임의대로 기재가 가능하다.

앞선 청약 당첨자가 동일인 일 경우 대구역유림노르웨숲과 수성아이파크의 웃돈이 각각 3천만원, 1천~1천500만원 정도 붙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앉아서 3억5천만원의 큰돈을 번 셈이다.

그간 대구 분양 시장에서 외지 통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 떴다방 업주에 따르면 가점 없는 1순위는 청약통장은 100만원이며 가점 통장은 점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그는 "가점이 30점 이상이면 300~400만원, 50이면 500~600만원간다"며 "요즘 대구는 통상 60점이 넘어야 인기단지의 당첨 안정권"이라고 밝혔다.

대구의 경우 서울, 수도권 등에서 점수가 높은 청약통장을 사오지 않는 이상 60점을 넘기가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령 4인 가구 기준으로 청약 가점이 60점을 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 보유기간 만 10년, 무주택 기간 만 13년이 지나야 한다. 만약 청약통장 보유기간이 짧다면 무주택 기간은 훨씬 더 길어야 된다. 대구역유림노르웨이숲의 84㎡A형의 경우 청약 가점 최저점은 69점이었고 최고점은 77점이었다.

◆외지 청약통장으로 실수요자 피해 양산

대구는 입주공고가 난 당일에 통장 주소가 대구로 돼 있으면 청약이 가능하다. 하루 전에만 대구로 주소를 옮기면 청약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본력을 동원한 외지의 큰 손들이 인기있는 분양단지마다 '청약폭탄'을 안기고 웃돈을 먹고 빠지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 결국 수천만원의 웃돈을 줘야 하는 실수요자가 피해를 떠안는다.

대구과학대학교 김경한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떴다방은 아파트 분양 열기를 상승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만 난립하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지적했다.

외지 통장이 대거 대구에 상륙하면서 청약 가점도 높아지고 있다.

2013년 당첨자 청약 가점 최저점이 가장 높았던 단지가 54점이었고 대부분 단지가 50점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가점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분양한 경산 중산지구 펜타힐즈 더샵 아파트(전용 85㎡)의 평균 청약 가점은 62.63점을 기록했으며 최고점은 76점까지 치솟았다. 앞서 분양한 북구 칠성동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도 전용 85㎡ 기준 평균 점수가 60.42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대구 신규 분양 아파트단지는 대부분 청약 가점이 60점을 넘었다.

법무부 주택임대차위원회 정순윤 위원은 "최근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는 청약 가점이 평균 60점은 넘어야 해 지역민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사진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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