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꿀 바른 사과를 먹는 날

입력 2015-01-03 06:00:00

유대인들은 새해 첫날을 일컬어 '로쉬 하샤나'라고 한다. 이는 '새해의 머리'라는 뜻으로 신년을 의미한다. 신년이 되면 몇 가지 신년절을 지키는데 우선 의미 있는 두 가지 음식을 먹는다. 첫째, 고기를 먹을 때 꼬리보다 머리를 먹는다. 신명기에 있는 "여호와께서 너를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신다"는 말씀처럼 새해에는 꼬리가 되기보다 머리가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둘째, 맛있는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오랜 관습을 행한다. 새해에는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다"는 약속의 말씀처럼 모든 일이 꿀처럼 달콤하고 형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들 새해에 머리가 되고 싶지 않으며, 꿀 바른 사과처럼 달콤한 삶이 펼쳐지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하지만 삶이란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사람이 마음으로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인생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신년절에 빼놓지 않고 행하는 전통은 성경을 근거로 하여 나팔을 부는 일이다. 새해 아침이 되면 랍비들은 통곡의 벽에 기대어서서 숫양의 뿔로 만든 쇼파르라는 나팔을 하늘을 향해 분다. 왜 그들은 신년절에 나팔을 길게 불었을까? 우선 새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신호로 새 출발에 걸맞은 각오와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목욕으로 몸을 깨끗하게 하듯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뜻이다. 또 신년 나팔 소리는 애절한 소리만큼이나 간절한 기도의 소리다. 반나절의 금식과 더불어 새해에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기도가 담겨 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전쟁에 임할 때 나팔을 불었던 것처럼 새로이 전개되는 삶의 전쟁에서 하나님의 승리를 기원하는 뜻도 된다.

하지만 나팔 불기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심을 온 땅에 선포하는 것이다. 이 흉흉한 땅,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가 성취되기를 바라기에 랍비들은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나팔을 부는 것이다. 삶에는 우리의 힘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여리고 성과 같은 수많은 철옹성이 버티고 있다. 여리고 성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것이 하나님의 능력으로만 무너뜨려 질 것을 믿었기에 단지 침묵하며 나팔을 불 따름이었다. 그들의 믿음대로 여리고 성은 나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한 해 동안 우리의 힘으로 무너뜨릴 수 없는 장벽들이 있음을 알기에 우리도 역시 믿음의 쇼파르를 불어야 하지 않을까?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해서 환경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여러 예측처럼 더 어려운 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하나님이 이 땅을 다스리시며 인생의 주인이시라는 사실이다. 그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며 도와주신다. 현실은 눈물과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분의 주권적 통치를 믿기에 우리는 믿음으로 쇼파르를 힘차게 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앞에 있던 장애물이 무너질 것이며, 사탄의 세력이 물러가고 메시아의 참된 승리가 나타날 것이다.

비록 우리 모두가 머리가 되지는 못할지언정,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서로를 향한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참된 성공이지 않을까? 그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작은 승리야말로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진정한 하나님의 은총이 아닐까? 새해에는 모두의 삶에 꿀 바른 사과를 먹는 것 같은 달콤한 하나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박창식 달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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