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드] 뜨는 종편 지는 지상파

입력 2015-01-02 07:01:20

지상파 vs 비지상파 승자는?

지난해 방송계는 '지각변동'이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질 만큼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약 10여 년간 지속된 케이블 TV의 움직임이 가져온 균열, 여기에 3년 동안 이어진 종합편성채널의 약진이 더해져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지상파 3사의 권위가 흔들리고 비지상파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불꽃 튀는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덕분에 '양질의 콘텐츠'만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 '봐주기' 없는 방송계의 진검승부는 2015년 새해를 맞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올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2014년, 지상파 3사 굴욕의 해

지상파 3사에 있어 2014년은 굴욕적인 해였다. 여전히 공고한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주중 심야에 배치한 새 예능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심지어 몇몇 프로그램은 비지상파 인기 콘텐츠의 장점을 카피했다가 혹평에 시달리며 조기에 종영됐다. 이효리를 내세웠던 SBS '매직아이'(2014년 7월 8일~11월 18일, 화요일 오후 11시대 방송)가 대표적인 예다. JTBC '마녀사냥'이 '남자들이 들려주는 여자 이야기'를 주제로 '19금'을 표방하며 인기를 얻자, 이를 차용해 '여자들의 남자 이야기'를 내세우며 급조했던 프로그램이다. '원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혹평 속에 3개월여 만에 폐지됐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 중인 MBC '헬로 이방인'도 외국인 출연자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이유로 JTBC '비정상회담'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이란 말을 듣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후 큰 반향 없이 1%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졌다.

반면에 비지상파 JTBC는 주중 오후 11시대에 '비정상회담'(월요일, 평균 6~7%대 시청률), '님과 함께'(화요일, 평균 3%), '썰전'(목요일, 평균 2~3%) 등의 프로그램을 빼곡하게 채워 '프라임존'을 형성했다. 비지상파 기준 평균 2~3%대의 시청률은 성공적인 수치. 여기에 화제성까지 뛰어나 '성공적'이란 호평을 들었다. tvN의 선방도 인상적이다. 고유의 히트작 '슈퍼스타K'뿐 아니라 나영석 PD의 신작 '삼시세끼'로 무려 10%대에 육박하는 성적을 거둬들이며 크게 화제가 됐다.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위 '잘나가는' 주중 미니시리즈가 20%대를 훌쩍 뛰어넘으며 승승장구했던 것도 이젠 옛말이다. 평균 6%대에서 10% 근처를 오르내리는 정도에 화제성까지 떨어져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의 인기도 한물갔다'는 말이 나왔다. 오히려 화제성으로 따지자면 tvN의 '나쁜 녀석들' '미생' 등의 작품이 압도적이었다. JTBC '밀회' 역시 종영된 후에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2015년, 지상파 자존심 회복할까

이쯤 되니,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대결'이 2015년 방송계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비지상파의 역량이 커졌다고 해도 여전히 지상파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지상파가 아직도 비지상파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먼저, 시청자들의 인식 및 시청 패턴이 변한 상태라 더 이상 '지상파 불패 신화'는 이어질 수 없다. 지난해 SBS의 빅히트작 '별에서 온 그대'도 결국 3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앞서 2년여 전 '해를 품은 달'(2012)이 '국민드라마'의 기준이라 불렸던 40%대를 뛰어넘은 것에 비하면, 또 '별에서 온 그대'라는 콘텐츠 자체의 화제성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에 집중됐던 시청자들의 시선이 동시간대 비지상파 채널로 분산됐다는 말이다.

'스타 플레이어'의 이탈도 지상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미 수년에 걸쳐 지상파의 스타 PD들이 대거 비지상파로 이적한 상태. KBS 예능국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나영석 PD가 tvN에서 연거푸 홈런을 날리고 있으며, 같은 코스를 밟은 신원호 PD도 이미 tvN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내놓으며 히트율을 과시했다. 지상파 드라마국은 더 어수선하다. 내로라하는 실력파 PD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하고 프리랜서 또는 비지상파 소속이 되면서 갈수록 외주제작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지상파에 비해 자유롭지 못한 제작 환경과 '표현의 영역'도 어쩔 수 없는 지상파의 한계다. 장르와 형식을 파괴하며 대놓고 '19금'을 내세우기도 하는 비지상파에 비해 지상파의 연출자들은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야만 한다. 안정적인 환경과 매뉴얼이 주어진 상태지만 좌충우돌하며 '날 것'을 생산해내는 비지상파 창작자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을 가진 건 사실이다.

◆비지상파의 상승세,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렇다고, 비지상파의 상승세가 무작정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tvN과 Mnet, OCN 등의 채널을 가진 CJ의 경우 채널별로 8년에서 10년 상당의 역사에 탄탄한 자본의 힘을 내세우며 끊임없이 실탄 사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갓 4년 차가 된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아직 CJ만큼 기반을 다지지 못한 상태라 안심할 수 없다. 종합편성채널이라 해도 사실상 JTBC 외에 TV조선과 MBN, 채널A는 시사·교양에만 집중하며 '종합'이란 단어의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이렇게 되면 올해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싸움에서 성패는 'JTBC가 어느 정도의 히트율을 기록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현재 JTBC는 2014년 한 해 동안 구축한 11시대 예능 프라임존에 이어 10시대 예능 및 드라마를 강화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신년에도 두 편의 새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침 지난해에는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을 내세워 뉴스의 신뢰도까지 확보했다. 아직까지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내려가면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게 현실. 지속적인 투자로 새해에도 킬러 콘텐츠를 두세 편 이상 필히 내놔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기사에서 시청률 산정 방식은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랐으며, 지상파는 '전국 시청률', 비지상파는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시청률'기준입니다.

★정달해=대중문화 칼럼니스트. 10여 년에 걸쳐 대중문화 전문기자로 활동했으며, 영화사와 방송사 근무 경력도 가지고 있다. 연예계 주요 시상식에도 관여하며 특히 방송과 영화 방면에서 두루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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