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매일신문 웅비하는 기상으로

입력 2014-12-31 08:14:09

이태수 시인
이태수 시인

이른 아침, 웅비하는 기상으로

-매일신문 조간 전환에 부쳐

이 태 수

가물거나 비가 내리고 눈보라쳐도,

그 누가 아무리 흔들어대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올곧은 대나무처럼

일흔 다되도록 한결같은 결의로 예까지 왔습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3월 1일, 그 이래

멀고 먼 가시밭길을 우여곡절 헤치며 달려왔습니다.

폭정과 억압,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굽히지 않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횃불을 들었습니다.

백주의 테러와 반공법 위반 혐의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결연히, 그런 피와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기 위해,

오로지 정론직필의 외길을 달려왔습니다.

가슴은 뜨거워도 이마는 서늘했습니다.

당당하면서도 언제나 겸허했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워질수록 보폭을 넓히고

눈과 귀는 멀리, 가까이는 불같은 가슴으로

추호도 거짓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정의와 진리를 받들고 외치는 입으로

벼랑에서도 수렁에서도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에 따스한 불을 지피면서

앓는 사람들에겐 부드러운 손길로 다가갔습니다.

불의로 군림하려는 세력과는 어김없이 맞서고

그 어떤 권력과 금력 앞에서도 초연했습니다.

그런 비장한 결의가 없었더라면, 그런 피와

땀과 사랑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이 있겠습니까.

남선경제신문으로 출발해 경제신문으로,

대구매일신문에서 대구매일로,

다시 대구매일신문에서 매일신문으로,

또다시 대구매일신문에서 매일신문으로,

번복되는 역사의 흐름과 질곡을 뛰어넘어

일흔 다되도록 그 파란 속을 자맥질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욱 새로운 결의와 비전으로,

더 아름답고 그윽한 내일을 향해

새벽을 가르며 올바른 새 길을 트고 닦습니다.

목마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맑은 옹달샘,

가위눌리고 그늘진 사람들에게는

그지없는 희망의 등대가 되어주려 합니다.

아무리 흔들려도 그 중심을 완강하게 잡아주는

버팀목, 든든한 파수꾼이 되기 위해,

이른 아침을 풋풋하게 깨우기 위해 달려갑니다.

어두운 시대의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면서

겸손하면서도 도도하게, 멀리멀리 메아리를 빚는

가슴과 입, 눈과 귀로 거듭납니다.

정의 구현과 불편부당한 보도, 희망의 전언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직필정론의 정도로만

'지역과 함께, 세계와 함께' 힘차게 뛰어갑니다.

대낮에도 불 환히 밝혀 들고 어둠을 밀어내면서

새 물꼬를 트고 도도한 물줄기를 만듭니다.

당당하면서도 낮은 자세로

눈과 귀는 멀리, 손길과 가슴은 더욱더 가까이,

퍼덕이는 햇살을 빚으며 비상하려 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소금과 빛이 되기 위해

웅비하는 기상으로 이른 아침을 펼쳐나갑니다.

새 날은 벌써 저리도 찬란하게 밝아오고 있습니다.

'굿모닝 매일신문'……매일신문, 굿모닝!

◇이태수 시인은

이태수 시인은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이한 지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언론인이다. 1947년 의성에서 태어나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1996년 동서문학상, 2005년 천상병시문학상, 2008년 대구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매일신문 논설주간과 대구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금복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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