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빙벽등반

입력 2014-12-31 07:35:08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짜릿한 오름짓 '의성 도리원'

새해에는 빙벽등반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독자들과 만난다. 요즘은 암벽등반, 스포츠 클라이밍이 점차 대중화되고, 등반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빙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청송 얼음골에서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라는 국제대회가 5년 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빙벽등반이 대중들에게 생소한 스포츠로, 위험하고 전문가만이 즐기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자들에게 빙벽등반을 쉽게 알리고, 경북권에 있는 빙벽장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려 한다. 짜릿한 얼음폭포를 향해 함께 떠나보자.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의성 도리원 빙장이다. 경북 의성 도리원 인공빙폭은 의성군과 의성 알파인 클라이밍클럽이 조성했다. 의성 도리원 시외버스 터미널 뒤쪽 읍내 강가에 있는 이곳은 자연폭포가 아니므로 매년 초겨울부터 폭포 상단 부근에 물을 흘려서 인공적으로 만든 폭포다. 이렇게 언 폭포의 높이는 25m, 폭은 50m 정도 된다. 도리원 빙장은 대구에서 1시간 거리이고, 의성IC에서 차로 2, 3분 정도로 가까워서 당일치기 빙벽을 즐기려는 초보 클라이머들로 붐빈다.

빙벽등반은 암벽등반 기술과 장비를 기초로 한다. 그래서 빙벽등반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암벽등반을 먼저 접하고 나서 빙벽등반을 즐긴다. 필자 또한 그런 경우로 암벽등반에서 익힌 기술과 단련한 근력, 암벽등반을 할 때 사용했던 장비들이 빙벽등반을 즐길 때 그대로 연결이 됐다.

우리 일행은 대구에서 텐트 등의 숙박장비를 포함해 빙벽장비들을 한 보따리 차에 넣고, 의성으로 향했다. 원래는 상주에 있는 다른 폭포에 갈 계획이었지만 상주에서 속리산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눈으로 얼어붙어 급하게 접근이 쉬운 도리원 빙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강가에 짐을 내린 후 차근차근 장비를 착용했다. 빙벽등반을 할 때에는 암벽등반을 할 때 사용하는 안전벨트, 카라비너(로프, 안전벨트, 기타 장비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모양의 장비), 확보기(등반자의 로프를 제동할 때나 하강 시 사용하는 장비), 헬멧, 로프 등을 사용한다. 암벽등반은 손으로 바위를 잡고, 발로 딛고 올라간다. 하지만 얼음폭포는 차가워서 손으로 잡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끄러워서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짐승의 발톱과도 같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장비가 필요한데, 손에는 낫 모양으로 생긴 바일(아이스툴이라고도 하는 얼음 도끼)을 들고, 딱딱한 빙벽용 신발 위에는 '크램폰'이라고 하는 독수리 발톱 같은 장비를 착용한다.(일반에 알려진 아이젠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더 크고 뾰족하다.)

대학 산악동아리인 '탐험대' 후배 교육을 목적으로 갔던 터라 빙벽장 밑에서 장비 사용법과 자세 등을 먼저 교육했다. 빙벽은 이번이 처음인 사람도 섞여 있어서 한 명씩 교육하는 동안 몇 명은 로프를 들고 얼음폭포가 있는 산 뒤쪽 등산로로 돌아서 올라갔다. 도리원 빙벽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공 빙벽장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선등(빙벽에 확보물을 설치해가면서 곧바로 오르는 방법)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대신 규정에는 빙벽을 우회해서 제일 위쪽 확보물에 바로 로프를 설치한 후 후등(미리 상단에 설치된 로프를 안전벨트에 묶고 오르는 방법)으로 오르도록 돼 있다.

그렇게 로프를 설치할 동안 빙벽등반을 하는 요령, 사용하는 용어와 장비, 등반 자세, 위험한 순간 대처 요령 등을 교육하고 실전에 들어갔다. 빙벽 제일 상단에 있는 튼튼한 나무에 로프를 탑로핑(N자 모양으로 상단에 로프를 곧바로 설치한 후 등반하는 방법)한 후 안전벨트에 로프를 묶었다.

도리원빙벽장은 등반 길이도 짧고 경사도 50~70° 정도로 비교적 완만해서 빙벽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이 연습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난이도가 있거나 힘든 폭포가 아니라서 쉽게 등반하면서 X바디와 N바디라는 두 가지 빙벽 자세에 대해 설명하면서 시범을 보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실습 시간을 가졌다. 몸에 익은 사람에게는 어렵지 않은 동작들이지만 빙벽을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색하고 힘들었나 보다. 자세가 흐트러질 뿐 아니라 겁을 먹고 엉거주춤 힘든 자세(기마자세처럼)를 취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 아직 초보자여서 25m를 한번에 오르기에는 힘이 부친 학생들도 있었다.

초보자들이 어눌한 등반을 했지만 위험에 처하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다. 우리 팀 이외에 위쪽에 다른 등반자가 없어 낙빙(위쪽에서 떨어지는 얼음조각)이 없었고, 탑로핑 방식으로 등반해 미끄러져서 많이 추락해도 1m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도리원이 초보들에게 사랑받는 빙벽장이 된 것 같다.

김재민(대구산악연맹 일반등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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