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안 보여도 소중한 것들

입력 2014-12-30 07:08:57

▲신경섭
▲신경섭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아는 일이다. 자신의 꿈과 신념의 구체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도 하고 자기기만을 통해 스스로를 슈퍼맨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또 솔직한 자기성찰과 개인적 욕심 사이에서 우리는 얼마나 갈등하였던가?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돈'이 제1의 우선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중산층을 평가할 때도 '나'중심의 경제적 척도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굳어 있다. 그에 반해 많은 선진국에선 '너'와 비물질적 척도를 내세운다. '너'를 위해 한 가지 악기를 연주하거나 요리를 할 줄 아는지, 봉사 서클에 가입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즉,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내가 어떤 배려를 할 수 있는지의 '문화적 척도'가 우선시되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 있어선 그간 국민의 눈앞에 '공짜 점심'이란 달콤한 꽃만 대책 없이 흔들어, 마치 그 복지재원이 다른 영역의 희생 없이 그저 주어지는 것처럼 현혹해 왔다. 급기야는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방자치단체들이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고, 학교에서는 무상급식 대가로 당장 공부에 필요한 낡은 책걸상 등 시설을 개보수할 예산이 없어 하늘만 쳐다보게 만들었다.

봄이 오면 꽃은 향기를, 나무는 그늘을 준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짧다. 꽃은 잠시 피나 눈에 안 보이는 뿌리의 수고는 길고도 깊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땀 흘려 일군 노동의 대가, 일상의 삶의 진중함보다는 그저 주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단기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풍토가 깔려 있다. 선거란 표를 통해 공짜 점심을 주고 얻는 기회가 아니라 이 사회의 왜곡된 배분구조를 교정하고, 바른 공동체의 토대를 다지는 기회여야 한다. 나무가 가지가 뻗을 때 옆 나무의 가지들을 슬기롭게 비켜가는 나무의 공생의 지혜를, 하나의 나이테를 더 긋기 위해 긴 겨울을 감내하는 나무의 겸허를 배워야 한다. 우리 사회도 건강히 사회를 지탱하는 안 보이는 문화적, 정신적 힘이 존재해야 한다.

꽃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뿌리를 생각할 것인가. 눈앞의 이익만 좇을 것인가, 아니면 안 보이는 품격을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할 것인가. 그것이 표를 얻는 데 유리한가, 아니면 정파적 이익에 배치되더라도 그 길이 사실은 바른길인가. 잠시 호들갑 떨고 쉬이 잊을 것인가, 아니면 그 이면에 깔린 본질을 냉정히 바라보고 오래 기억하며 부조리와 맞설 것인가.

살면서 어떤 땐 뜻하지 않았는데도 아픈 길을 걷게 될 때가 있다. 지금은 우리 주위에 떠다니는 '거품'과 '아집'을 걷어내고 안 보이는 따스하면서도 준엄한 '절제된 지성'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켜야 할 때다.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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