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 뛰는 청도 출신 작가 이배 초대전

입력 2014-12-30 07:20:02

세계가 주목한 한국적 소재, 숯

파리, 뉴욕, 한국 등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지역 출신 작가 이배 초대전이 2015년 1월 25일(일)까지 대구미술관 2층 전관에서 열린다.

'하늘로 흐르는 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회화, 데생, 설치 등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작가의 대표작 50점이 공개됐다. 이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고전 성격을 띠고 있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 작가는 일찌감치 그림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문곤 전 대구예총회장(2001년 작고)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홍익대를 졸업한 뒤 잠시 교편을 잡다가 1989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는 새로운 미술 흐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당시 나는 피카소, 팝아트 등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싶었고 세계미술 흐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도불 이후 이 작가는 물감 대신 숯을 사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인간생활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숯은 예로부터 예술적 소재로 애용되어 왔다. 많은 작가들은 숯이 가진 재료적 특성에 이끌려 숯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작가는 다른 이유로 숯을 주목했다.

숙명 같은 숯과의 만남은 작가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숯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할 수 있었고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밑거름이 됐다. 이 작가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09년 파리 한국문화원 작가상 등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한국 모노크롬(단색화) 회화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발전시켜 국제무대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미술비평가협회 작가상을 받았다. 그는 파리 생에티엔트 현대미술관과 뉴욕 화이트 박스갤러리, 중국 북경 투데이아트뮤지엄 등 국내외 유수 미술관에서 40회 개인전을 가졌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스페인 쁘리바도 알레그로 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 작가는 "물감은 상당히 비쌌지만 숯은 아주 저렴해 한 봉지를 사면 한참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 나왔다. 당시의 역경이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숯은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그가 숯을 고집하는 이유는 숯이 지닌 변화무쌍한 질감이 다양한 작품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작가는 도불 초기 인체를 테마로 한 캔버스 작업을 했다. 하지만 곧 흰 바탕에 숯으로 기호를 그리거나 추상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작업으로 전환했다. 최근 들어 그의 작업은 점점 더 추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작가는 25년 동안 숯을 탐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작품은 평면에서 입체로 진화했다. 이 작가에게 숯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종착지다. 그래서 숯을 탐구하는 행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행위와 동일시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머리의 기억이 아니라 몸의 기억을 형상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이 작가는 "숯을 생각하면 간장 담글 때 숯을 넣거나 아이가 태어나면 숯을 매다는 등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내 작업은 나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을 숯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토양적 배경을 어떻게 숯과 접목시킬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숯을 이용한 이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행위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서는 숯을 매개로 한 독특하고 명상적인 이 작가의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한 해 동안 미술관을 사랑해 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30일(화)부터 1월 1일(목)까지 무료입장 이벤트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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