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다. 2004년 제57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만든 영화 '화씨 9/11'이 차지했다.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에 연관된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부시는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북한 김정일보다 더한 세계 평화의 치명적인 적으로 등장한다. 무어는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이라는 평과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칸 최고의 상을 거머쥐었다.
세계 최대의 영화인 잔치에서 졸지에 세계 평화의 치명적인 적이 되어 버린 부시의 반응은? 모르쇠였다.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로 만드는데 정작 미국인이 앞장섰지만 끝까지 모른척했다.
소니 픽처스가 북한 김정은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제작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정은을 인터뷰하게 된 방송 앵커를 통해 미국 CIA가 암살을 시도한다는 스토리의 코미디 영화다. 김정은은 기쁨조를 끼고 술 파티를 벌이다가 탱크 포탄 한방에 사라지는 독재자로 그려졌다. 김은 '돌고래와 말을 하고 순수한 몸이라 변을 볼 필요가 없어 항문도 없는' 신 같은 인간이다. 김정은이 발끈했을 이유다.
북한은 '최고 존엄' 모독이라며 반발했다. 해킹과 협박으로 25일로 예정됐던 영화 전면 개봉을 연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해킹 공격을 받고 개봉 연기 결정을 한 소니 픽처스는 거센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위협과 협박에 굴해 영화 상영을 취소하는 첫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요구다. 결국 크리스마스에 일부 상영관에서 '인터뷰'를 상영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무료 배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영화 '인터뷰'의 크리스마스 전면 개봉은 취소됐지만 오히려 미국인들의 관심은 폭증했다. 미국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인 IMDb에서 '인터뷰'의 평점은 9.9를 기록하고 있다. 이 평가엔 벌써 3만 9천여 명이 참가했다. 소니 픽처스에 대한 해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독재 국가의 사이버 공격에 굴복한 나쁜 선례'란 평까지 나오면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결국 딱하게 된 것은 '최고 존엄'을 조롱하는 코미디 영화를 협박으로 막아보겠다던 북한이다. 최고 존엄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 지켜질 일이 아니다. 스스로 코미디의 소재가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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