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속가능발전과 복지의 함정

입력 2014-12-24 07:48:42

국회 국방위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최근 제출한 '병역법개정안'을 보고 또 한 번 망연자실했다. 이 개정안은 전역 병사에게 약 300만원을 전역지원금으로 지급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할 경우 1년에 1조원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김 의원은 "국가를 위해 젊음을 헌신한 병사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며 헌신에 대한 공평한 보상"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말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앞으로도 공짜 복지는 더 많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만들어진 기초연금, 영유아무상보육, 학교 무상급식 등에도 국가재정이 감당 못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복지정책을 만들어 댄다. 수혜자들은 나라 살림 걱정보다 복지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 질 것이며, 일단 만들어진 복지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권리가 된다.

과도한 복지정책은 재정조달 과정에서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국가재정에도 부담을 주어 한 번 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때론 일부 계층의 일할 의욕을 감퇴시켜 재정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북미의 이주민들이 인디언을 무기력화하기 위해 사용한 정책이 바로 복지정책이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공짜 복지에 맛 들여져 게으름과 마약으로 경쟁사회의 이방인이 되었다. 공짜 복지 남발은 국가를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다.

복지정책도 국가재정운영의 한 부분이다. 국가재정운영에는 '국가재정의 효율적 배분'과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대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재정의 효율적 배분은 국가재정의 조달과 집행은 국민의 편익, 경제발전, 양극화해소 등으로 나타나는 재정지출의 효과를 극대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운영의 결과는 결과가 늦게 나타나면서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공공재원은 더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재무적 위험은 조기 진단이 가능하지만 국가재정의 위험은 그것을 알게 된 때는 이미 말기암 환자가 되어 있게 된다.

전역장병들에게 300만원씩 주는데 소요되는 연간 1조원의 재정지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는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전역장병들이 금전을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익과 부수적인 정책 목적달성 가치를 합한 복지효과의 크기는 1조원을 포함한 '복지대가'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다.

이런 복지가 지속되면 나라는 망한다. 나라 살림은 정책에 투입되는 비용과 그 효과를 비교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지금도 500억원 이상의 국비사업은 이러한 계량적 평가과정, 이른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국비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물며 단일 복지정책으로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복지사업은 왜 정치적으로만 결정되는 것일까?

다음으로 국가재정운영에서 지켜야 할 대원칙은 '지속가능발전' 개념이다. 이는 1987년 노르웨이 여성 총리 브란트란트가 한 말로 "미래 세대가 최소한 우리만큼 잘살 수 있도록 담보하는 범위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여기저기서 공짜 복지가 생산되면 세금으로도 부족해 결국 빚을 얻어 사용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의 잠재부채 즉 현재의 공무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 부족액의 현재가치가 430여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부채 총액이 50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짐작된다. 이 잠재부채는 우리의 후세들이 갚아야 한다. 지금 이대로 가면 우리는 복지라는 명분으로 후세들에게 그들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큰 빚을 남겨줘야 한다. 이것은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불과 50여 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복지라는 함정에 빠져들었다. 안타까운 사고였음이 분명하지만 세월호 침몰에는 국가가 침몰할 정도로 국가개혁을 외치던 자들이 대한민국호를 침몰시킬 공짜 복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떠들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에는 공짜 복지 양산, 기업 때리기 등을 스스럼없이 행하면서 나라는 위험에 빠져도 괜찮다는 무리들은 이 땅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자본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자유시장경제주의를 신봉하면서도 자리나 표에 연연하여 할 말 다 못하는 무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강병규/세영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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