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책!] 청량산엔 인문이 흐른다

입력 2014-12-20 07:01:23

청량산엔 인문이 흐른다/ 송의호 지음/ 부글 펴냄

봉화 청량산은 소금강이라 일컬어지는 자연경관만 즐기면 또 다른 하나를 놓치고 만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인문적 가치가 아주 높은 산이다. 청량산과 관련 있는 첫째 인물은 퇴계 이황이다. 퇴계는 동료'제자들과 수시로 청량산을 찾아 책을 읽고 시를 짓고 강학 활동에 전념했다. 청량산을 소재로 한 시만 수십 편을 남겼다.

퇴계는 무슨 까닭으로 청량산을 그렇게 자주 찾고 그곳에서 학문과 인격을 도야한 것일까. 퇴계는 스스로 '청량산인'이란 호를 붙이기도 했다. 청량산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청량산을 아예 '오가산'(吾家山) 즉 우리 집 산이라고도 불렀다. 스승 퇴계가 세상을 떠나자 제자와 후학들은 청량산 순례를 시작한다. 그때부터 청량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퇴계의 자취가 남은 성지가 되다시피 한다. 퇴계학파의 본산으로 자리 잡아간 것이다. 순례를 마치면 그 감회를 글로 적었다. 이른바 유산기(遊山記)이다. 조선시대 선비'사대부의 문집에 나오는 유산기는 금강산이 가장 많다. 지리산이 다음이고 세 번째가 청량산이다. 설악산도 아니고 태백산도 아니다. 무려 100여 편이나 된다.

청량산은 그러나 퇴계만의 산이 아니다. 퇴계 이전에 이미 신라 명필 김생의 산이었고 또 고려 말 공민왕이 찾았던 곳이며 퇴계보다 한참 선배 유학자인 주세붕의 산이기도 했다. 퇴계라는 거목의 존재 탓에 유가의 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청량산은 여전히 불가의 산이기도 하다. 또한 일제의 침략에 맞서 분연히 일어난 의병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그 흔적들을 따라간다.

그래서 이 책은 청량산을 벗하며 살다간 선인의 발걸음을 흉내 내 본 청량산 유산기이기도 하다. 296쪽, 1만4천원.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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