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 촉 나라의 유비가 서기 233년에 죽고 2대 군주의 자리를 물려받은 인물은 맏아들 유선(劉禪)이다. 아명이 아두(阿斗)인 그는 촉의 멸망을 부른 혼군, 아무 공적도 없는 못난 군주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역사학자 이중텐(易中天)처럼 '유선이 사치 향락에 빠지기도 했지만 사실 아주 총명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으나 중국인들이 흔히 멍청한 군주를 일컬어 '아두'라고 지칭한 데서 보듯 유선이 영명하고 뛰어난 군주는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유선이 41년간 자리를 지킨 것은 제갈량과 장완, 비위 등 신하들 때문이다.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선왕의 유지를 받은 제갈량은 끝까지 유선을 감싸며 내정을 정비하고 변방을 안정시켰다. 제갈량이 죽자 장완과 비위가 행정과 군사를 맡아 안정을 이뤘다. '승상의 뜻대로 일을 처리하라'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믿고 맡긴 결과다.
흔히 2대의 특징을 신사나 구두쇠, 비전이 없고, 사람을 신용하지 않으며 배짱이 없다는 점을 꼽는 경우가 많다. 봉건왕조를 연 개국주나 기업 창업주와 비교해 2대는 겉모습은 그럴듯하나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일반화에 무리가 있으나 '2대'라는 말에 멸시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은 그만큼 2대가 물려받은 것에 비해 역할과 이미지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는 경우가 드물다는 소리다.
'땅콩 회항' 사태로 불거진 국내 재벌가 2세와 3세 경영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대한항공의 현직 기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너 일가의 행태가 봉건시대 왕이 하인 대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며 "아래 세대로 갈수록 더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가장 심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대한항공 조직 내부의 평가니 아마도 사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부의 대물림도 모자라 경영을 핑계 삼아 저지른 재벌 후대들의 일탈이 국민 분노를 산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러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마카다미아'를 '마카(모두) 다 미워'로 바꿔 부르듯 모든 재벌 2대, 3대에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를 일이다. '관자'(管子)에 '창름(창고)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 했지만 예절도 심성도 낙제점인 요즘 재벌 2세, 3세의 못난 짓을 본다면 제자백가가 과연 어떤 설을 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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