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장 선거도 되돌리는 교육부의 '회항'

입력 2014-12-18 10:32:06

"경북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철회하라"…대학·시민단체 철회 성명서

교육부가 대학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본지 12월 17일 자 1'2면 보도)는 비판이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교육부가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경북대 총장 후보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경북대 구성원과 지역사회는 단순한 총장 후보자를 넘어 학교와 대구의 명예까지 떨어뜨리는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를 밝히지 않은 교육부의 총장 후보 임용 제청 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이유 없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공주대 총장 후보 1순위자는 지난 9월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를 상대로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에 대한 공권력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배제하고 대학 구성원 자신이 대학을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22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 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이 총장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하는 것은 대학 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포함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북대 구성원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임용 제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구참여연대는 17일 성명을 통해 "교육부는 경북대 총장 후보들에게 어떤 결격 사유가 있는지 밝혀라. 그 사유가 경북대 구성원들과 지역사회가 납득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이는 명백한 '관료독재'"라고 했다. 경북대 비정규교수노조도 같은 날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부가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제청을 거부한 것은 경북대 구성원의 총의를 무시하고 대학의 자치'자율권을 짓밟는 비민주적 행정폭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경북대 구성원은 이번 총장 후보자 임용 제청 거부 처분에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의 일방적 임용 제청 거부는 총장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송필경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경북대는 대구의 학문적인 자부심이다. 교육부가 재선거까지 치러가며 선출한 총장 후보자를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 있느냐"고 했다. 송 의장을 비롯한 대구 지식인 16명은 17일 모임을 갖고 "경북대 구성원부터 이번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는 의견서를 경북대 교수회에 전달하기로 하고, 앞으로 대구 시민의 서명을 통해 교육부장관을 직무 유기로 고발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교수회는 우선 교육부 인사위원회에 '총장 후보 재선정 이유를 밝혀달라'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문계완 교수회 의장은 "교육부의 요구대로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선거 방식을 바꾸고, 재선거까지 치러가며 선거 공정성을 확보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스럽고, 당혹스럽다"며 "재선정 이유에 대한 교육부 답변 내용에 따라 구성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대응 방안을 최종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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