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가 지방에 관광호텔을 지어주자

입력 2014-12-18 07:41:13

외국인 관광객 수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3년 세계 관광 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40개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천30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관광 경쟁력 15위권 진입이 목표다. 올해에만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500만 명 규모. 이와 함께 러시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경우 내년에만 25만 명의 러시아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의료관광을 신성장 동력산업의 국정과제로 삼고 중점 육성한다는 방침이어서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동남아권 등에서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21세기 세계 관광시장은 지금까지 단순 '구경'의 개념에서 분명한 목적을 가진 특수 목적 관광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 관광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19위다.

문제는 관광 인프라, 그중에서도 숙박 인프라다.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농촌지역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결국 숙박을 위해 가까운 대도시를 찾게 된다. '현장 체류형' 관광이 안 되는 이유다. 목적은 관광인데 머물 곳이 마땅찮다 보니 그들이 먹고 자면서 쓰는 돈은 결국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21세기에는 문화관광이 그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관광에 필수적인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도 드물다. 이제는 숙박 인프라 구축에 팔을 걷어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규정을 따지고 원칙에 안주하면 머지않아 외국인 관광객 수가 1천만 명 이하로 떨어질지 모른다.

2016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필리핀의 경우 2012년 관광 관련 인프라 구축에만 전년대비 4배인 120억페소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 결과 관광경쟁력 부문에서 전년 대비 12계단이나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관광투자 항목이 전체 조사대상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필리핀 정부는 외국항공사에 대한 차별적 운송세 폐지 등 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세 우리나라를 따라잡을 기세다.

우리도 단순히 시장경제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관광지를 찾아가는 도로는 정부에서 깔아주면서 같은 논리로 관광객이 머물 관광호텔 하나 정도 정부가 지어주면 안 되는가?

아니면 광역도시를 제외한 기초자치단체가 호텔을 신축할 경우 그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어렵다면 민간이 짓되 향후 운영 적자분에 대해서는 객실당 일정액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방법도 있다.

엄청난 정부 예산을 들여 도로는 뚫어 주면서 숙박시설이라고 지원 못 할 이유가 없다. 4차로 도로 1㎞ 건설에 약 3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1~2㎞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만 호텔신축에 투입한다면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에 관광호텔은 충분히 짓고도 남는다.

교통망과 숙박시설은 관광에 필수적인 쌍두마차다. 이 두 가지 요소는 항상 같이 가야 한다. 볼거리는 있는데 머물 곳이 없는 미스 매칭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관광 경쟁력 15위를 목표로 한다면 적어도 당국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도 없다면 씨앗만 뿌려 놓고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일 뿐이다.

해외에서 1천300여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 오는데 숙소문제로 불편을 느낀다는 것은 제2, 제3의 한국방문을 막는 길이다. 지방이 관광수입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것도 국가균형발전적 접근법이 아닐까.

이철우 국회의원(새누리당'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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