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실종되고 있다. 16일 오전 동대구역 편의점에는 담배가 없었다. '에쎄'를 사려던 한 애연가는 허탈하게 돌아섰다. '2천원 인상'이 확정되고, 편의점, 동네 슈퍼 등에서 담배가 연기처럼 사라진 곳들이 적지 않다. 같은 날 오전 7시 서울역 주변 편의점 3곳에도 담배는 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흡연가들은 '욱' 하는 성질이 돋기도 한다. 담배가 떨어졌다는 얘기도, 재고가 없다는 설명도 거짓말처럼 들린다. 오르기 전 가격이 적용되는 올해 안으로 담배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두었다가 내년에 2천 원씩 더 받고 팔려는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담배 품귀 현상을 막기 위해 제조사들은 이달 들어 평소보다 4% 더 많은 3억7천300만 갑을 공급했다. 그런데도 흡연가들은 대명천지에 담배를 사지 못하는 피해를 보고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 가뜩이나 주머니에 찬바람이 돌게 된 흡연가들이 담배를 곯든 말든, 담배를 풀지 않을 경우 도매업자(편의점 본사)나 소매업자(편의점'슈퍼마켓 등)는 엄청난 이익을 본다. 공급물량을 10%만 안 풀면 522억 원, 50%까지 안 풀면 2천611억 원이나 앉아서 더 번다. 흑심(黑心)이 꽃피는 것이다. 사재기를 한 채 안 파는 게 횡재가 된다면 담배상들은 숨기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서민 증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담배상들이 '앉아서 떼돈' 벌 잔머리를 굴리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다.
임학자 홍성천 경북대 명예교수는 일본 유학 시절 특별한 경험을 했다. 1974~75년 일본에서는 세븐스타(七星)를 주로 피웠다. 어느 날 칠성 담배 한 갑을 사고, 오른 값을 내자 담배포 일인(日人)이 인상액만큼 도로 내주면서 말했다. "이 담배는 오르기 전에 사둔 거라, 종전 가격에 드린다"고. 일본인 담배상의 양심문제라고 결론짓고 싶지는 않다. 정부가 바뀐 가격 정책을 틈타서 소시민들을 '앉아서 도둑질'을 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간단하게는 내년 출시 담배에는 인상가를 찍어서 그 가격에 팔도록 하고, 올해 출시된 담배는 반드시 종전 가격대로 팔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간단한 정책 하나가 '앉아서 도둑놈'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요, 믿고 사는 사회의 기본 틀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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