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한 '대한민국 제조업 근대화'의 산실인 구미와 포항의 굴뚝 연기가 최근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제품의 부가가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기술 경쟁력은 선진국에,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확연히 밀리는 쌍끌이 난제가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돌파구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두고 있다. 대기업이 선두에서 끌어주고,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모델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에 둬 선진국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제조업 혁명을 이뤄보자는 구상이다.
지난가을 대구에 이어 17일 경북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이 모델의 출범이 진행됐다. 지역 연고기업인 삼성과 포스코가 각각 구미와 포항에서 국내 최대 제조업 중심 경북을 '세계 제조업 일류 중심지로 끌어올리는' 사업에 시동을 건 것이다.
◆전자 산업의 메카, 명성을 다시 찾는다
삼성이 이끄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제품설계'생산'유통 등 전 과정을 IT 기술로 통합, 최소 비용'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해보자는 것이다. 공정의 효율은 물론, 작업환경의 획기적 개선도 가져올 수 있어 제조업으로의 인재 유입 효과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BMW의 '미니' 제조 공장이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 공장은 개인 맞춤형 옵션 결합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미니를 생산한다. BMW는 이런 '유연 생산' 시스템을 통해 작업 환경 개선에다 1대 조립에 68초밖에 걸리지 않는 생산성 혁명을 이뤄냈다.
경북창조센터는 이런 '꿈의 구상'을 구미 공단에 적용할 예정이다.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위해 공정 스마트화 기술을 이전하는 한편, 알뜰형 설비 라인을 직접 보급한다.
중소기업이 스마트 팩토리를 들여오는데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북도와 삼성, 신용보증기금이 연계해 모두 2천억원의 스마트화 자금을 조성, 장기저리 형태로 지원한다. 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의 시설대체 자금 지원도 병행된다. 이렇게 되면 2020년까지 스마트 팩토리 500곳이 보급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경북도는 보고 있다.
삼성이 이끌고 역내 중소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참여하게 될 '7대 상생협력 신사업 프로젝트'도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당장 ▷저선량'이동식 X-선 의료기기 부품 개발 ▷제품 조립 및 제조라인용 관절로봇 개발 ▷탄소복합응용부품 개발 ▷치과용 3차원 영상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스마트센터 통합 검사'계측기 개발 ▷CAD'CAM 등을 활용한 금형 고도화 ▷3D용 문화콘텐츠 개발 등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에는 삼성전자'삼성의료원과 도레이첨단소재 등 국내외 대기업'병원은 물론, 일지테크'삼익THK 등 역내 중견기업, 씨알텍 등의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창조센터에는 전국창조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파이낸스 펀드'가 조성돼 운영된다. 기술보유기업에는 기술평가를 통해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에는 설비투자금 등을 주자는 것이다.
삼성과 경북도가 출연하는 R펀드 2천억원, C펀드 300억원, 삼성전략펀드 100억원 등 모두 2천400억원의 종잣돈이 만들어져 기업들을 지원한다.
◆경북의 농업과 문화자원을 산업화
포항의 유명한 사과 산지인 상옥 마을. 이곳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참여해 '스마일 사과 마을'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곧 시작된다. 경북창조센터가 제조업뿐만 아니라 농업에도 손을 뻗치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는 스마일 사과, 키스 사과 등의 스토리텔링이 얹혀진 사과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1차 산업적 특성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사과 스낵과 샴페인을 만들어 2차 산업적 특성을 입힌다. 마지막으로 3차 산업화인 스마일 빌리지를 조성, 1차'2차'3차산업을 아우르는 농업 6차 산업화 시범단지를 이곳에 만들어본다는 것이 창조센터의 복안이다.
그뿐만 아니다. 삼성의 경북창조센터는 경북의 종가음식과 고택을 새로운 사업화 모델로 가꿔나간다. 경북은 전국 불천위(不遷位'국가공신 등을 정해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것) 종가의 45%(135곳)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종가가 많다. 이런 이유로 특색 있는 종가 음식도 셀 수 없을 정도. 경북의 훌륭한 문화'민속자원을 충분히 경제 모델로 만들 수 있다고 창조센터는 보고 있다.
이 작업에는 세계적 호텔 브랜드로 올라서고 있는 호텔 신라가 참여한다. 고택을 전국적인 문화체류형 민박 브랜드로 변신시킨다는 것이 이 사업의 주된 목표다.
◆포항산업단지, 친환경'고에너지효율 중심지로
기업 내부의 자발적 결정을 통해 창조센터 협력자로 나선 포스코는 센터를 통해 포항을 에너지 및 청정산업 기술 집적지, 소재 분야 창업 중심지로 키워낸다. 친환경 ECO 산업단지를 만들고, 에너지 절감형 공정 기술 이전, 첨단 소재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는 것이다.
센터는 이들 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는 바탕 위에 우선 창업지원 컨트롤 타워를 가동, 예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멘토링부터 자금'투자를 연계시키는 '창업 지원 플랫폼'을 운영한다. 또 동반성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글로벌 강소기업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센터는 이와 함께 창의공작소 운영을 통해 신속조형기술을 활용한 디자인 및 설계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 창업 역량을 크게 키워줄 방침이다.
센터는 원활한 창업 환경을 위해 93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모두 1천490억원을 투자한다. 벤처창업지원 및 강소기업 육성 펀드로 930억원이 만들어지고 센터구축에 20억원, 창조경제센터 운영 프로그램 지원에 50억원, 시제품 시험 인증 등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490억원이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포항창조센터 협력자인 포스코는 박근혜정부의 대표 동북아 정책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관련,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통한 석탄수입 경로를 변경,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항은 철도를, 나진~포항은 해운 이용을 통해 수송 비용 절감을 꾀한다는 것. 포스코는 에너지를 더 적게 들이고, 배출가스도 줄어드는 새로운 공법인 '파이넥스 3공장'도 최근 준공한 바 있어 수송비 및 물류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포항의 글로벌 항만 기능을 키우는 효과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삼성'포스코와 함께 경북의 경제 대변신 밑그림을 임기 내에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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