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케냐의 목마름

입력 2014-12-16 07:02:39

▲신경섭
▲신경섭

경제가 화폐의 그물망이라면, 문화는 공감의 그물망이다. 금년 봄 월드비전 회원들과 함께 케냐의 밤바지역을 방문했다. 밤바지역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남동부 해안가 킬리피 지역에 속해 있다. 나이로비에서 육로로 이동 시 약 8시간이 소요된다. 이곳에는 지역주민의 90%가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심각한 가뭄과 열악한 생활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밤바지역은 학교가 부족해 3만6천 명의 아동 중 다수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아프리카 희망학교 짓기 후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케냐 밤바지역의 뱅고니 초등학교 교실 건립 준공식에 후원기관의 자격으로 참여했다. 덜컹거리는 흙길을 달려 신축교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까만 얼굴에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아이들 수백 명이 지프 주위로 몰려들었다. 알지 못하는 아프리카 노래가 메아리처럼 밀려왔다. 우리가 신축한 것은 교실 네 칸 건물이었다. 식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교실건물 지붕에 모이는 빗물을 커다란 집수정 탱크로 연결하고 수도꼭지를 하나 달았다. 케냐 학생들의 흥겨운 공연과 준공식이 거행되었다.

이후 이곳 방문에 앞서 참가자들이 미리 기부한 500인분 식사비로 주문해 둔 음식을 아이들과 나누었다. 하루 밥 한두 끼는 거르는 것이 일상이었다. 생수 한 병을 아이에게 건넸다. 그 아이는 생수를 뚜껑에 부어 입술을 적신 후, 곁의 6살 동생에게 한 모금 건넨 후 도로 뚜껑을 닫았다. 집에 가져가 부모님께 드리려는 것이었다. 길거리엔 우물물을 길으러 가는 여인네들이 줄을 이었다.

 

1달러가 손에 쥐어져 있다

그 지폐 위가 하루의 삶의 터

아름다운 영혼들이 그 위에서 찢어진다.

2시간을 머리 항아리 하나 얹고

갈증이 따라간 긴 그림자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피 같은 물이 샌다.

땡볕에 까만 피부 여섯

하루 한두 끼 빈 창자를 채우고

조그만 흙집. 빛을 잠근 후 고됨이 눕는다.

타던 태양 지루함에 밀려 고개 숙이면

까만 두 눈 인고의 문을 닫지만

부르튼 발

미래에 희망에 목말라 하며

케냐의 내일은 그래도 뚜벅뚜벅 걷고 있다.

귀국 후에도 그 까만 얼굴들이 눈에 선하다. 그들은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 우리의 과거였다. 우리는 지금 풍요 속 빈곤에 놓여 있다. 경제가 너무 앞서 달렸다면, 이젠 공감하는 문화가 쫓아갈 때다.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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