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최전방 아들에게 100여 통 편지로 전한 '아버지의 정'

입력 2014-12-13 07:00:00

아들아: 군에 간 아들에게 보내는 그림 편지/ 장건조 지음/ 무량수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매주 한두 통씩, 모두 100여 통의 그림편지를 쓴 화가 아버지가 있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건조 화가다.

저자는 42세에 늦둥이 외아들 진혁 씨를 얻었다. 2012년 7월 금지옥엽으로 키운 아들이 논산훈련소로 입대한다. 한여름 동안 땀이 비처럼 흐르는 훈련을 마친 아들은 지뢰탐지병 보직을 받고 서부전선 최전방 판문점이 있는 경기 파주 1사단에 배치된다. '지뢰탐지병'이며 '최전방'이라는 단어는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힘들고 또 애틋하게 만들었다. 멀리 부산에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마침 아버지가 화가로 살고 있으니 색연필로 삽화를 그려 그동안 다 전하지 못한 정(情)을 담기로 했다.

첫 편지는 2012년 7월 23일, 훈련소에 있는 아들에게 쓴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막바지 훈련에 여념이 없는 자랑스러운 내 아들에게'다. 이후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군의 비상 태세가 이어지지만, 아버지는 흔들림 없는 어조로 아들을 격려하는 편지를 써 나간다. 물론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졸병'에서는 저자 자신의 군대 생활을 떠올리며, 이등병 신세로 서러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아들을 걱정한다. '애인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에서는 "남은 군대생활 차라리 애인 없이 지내는 것이 마음고생 덜한다"며 마치 친구처럼 익살맞으면서도 푸근한 조언도 한다. '군인 월급으로 적금 넣는 대견한 내 아들!'에서는 '쥐 발톱 만한' 군인 봉급으로 매달 월 6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는 아들을 대견해 한다. 그리고 마지막 편지 '아들아 제대를 진심으로 축하한다!'에서는 아들의 늠름한 얼굴 뒤로 태극기를 그려 넣어 아들의 제대를 축하한다. "너의 제대와 함께 이 애비도 이제 펜을 놓으련다. 네 덕분에 그림 편지도 보내보고, 글 쓰는 공부도 많이 했단다." 아들 진혁 씨는 올해 4월 제대했다.

단순히 아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구구절절한 글만 썼다면, 편지는 100통 넘게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군대 간 아들을 둔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적었다. 이등병'일병 때는 상명하복의 자세를 배우고, 상병 때는 위아래 병사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병장 때는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것은 물론 후임병들을 따뜻하게 대하길 바라는 조언도 담았다"고 밝혔다.

한철수(예비역 육군 대장) 한미우호협회 회장은 책 추천사에서 "사랑과 존경이 부족해 최근 군부대에서 일탈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 책은 아버지의 사랑과 아들의 존경을 담고 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모든 부모들은 물론, 병사들과 지휘관들에게도 소중한 지침이 될 책"이라고 말했다. 219쪽, 1만5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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