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셰일 오일

입력 2014-12-10 11:24:22

휘발유 값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2차 오일전쟁이 오일쇼크라 불릴 정도로 가격 폭등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전쟁은 값 내리기 전쟁이다.

석유가 인하 전쟁의 한복판엔 미국 텍사스의 석유재벌 조지 미첼이 있다. 2000년 이전만 해도 셰일가스나 오일은 쓸모없는 존재였다. 아무도 이를 캐내 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땅만 잘 파면 노다지가 되는 석유에 비해 진흙이 쌓여 형성된 셰일 암석층에 갇혀 있는 셰일가스나 오일은 경제성이 없었다.

하지만 미첼의 생각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텍사스 유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셰일의 가치에 주목했다. 10년 동안 600만 달러를 퍼부으며 셰일에서 오일을 채취하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압파쇄법(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암석을 부수고 셰일 오일이나 가스를 분리해내는 추출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이 2000년까지 세상구경도 못했던 셰일 오일로 오늘날 세계 석유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 매장량은 580억 배럴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은 하루 348만 배럴로 급증했다. 이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45%,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4%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미국은 올 연말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세계 최대 산유국 반열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셰일 오일의 등장으로 다급해진 것은 1960년 설립된 OPEC이다. 셰일 오일 생산이 증가하면서 석유가 남아돌게 되자 세계유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OPEC은 석유가를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춰 보자는 계산이다. 생산원가가 더 드는 셰일 오일 업체를 고사 시키면 예전처럼 다시 유가를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일 오일 생산업체의 원가는 45달러에서 80달러대까지 다양하다. 최근 국제 원유시세는 배럴 당 60달러대로 떨어졌다. 유가가 폭락하자 생산을 중단하는 세일가스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산유국들도 원유시세가 60달러 밑에서 지속하면 버티기 어렵다. 배럴당 생산원가가 100달러대인 러시아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있다. 디폴트 설도 나온다.

산유국 간 치킨게임의 끝은 어딜까. 오랜 시간 고유가에 시달려온 소비자들로선 그저 즐거워만 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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