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들의 경연장이 된 학교…제도 탓 만일까요
'반팔을 입고 담요를 걸쳐 쓴 채 자고 있는 녀석, 실내화를 벗어 서로 때리는 녀석, 매점에서 물고 온 과자 봉지를 과감하게 교실 바닥에 투척하는 녀석, 심지어 잇새로 침 멀리 뱉기 묘기를 선보이는 녀석들을 바라보는 윤 선생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윤이나의 '학교에 괴물이 산다' 중에서)
대구의 한 윤리 교사가 학교 현장 모습을 진솔하게 담은 소설을 펴내 화제다.
대구 성서고등학교 윤이나(38) 교사는 최근 '학교에 괴물이 산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판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조금씩 글에 손을 댄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글에는 자신의 꿈을 찾아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 상실과 희망을 안고 사는 부모들, 제도와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는 교사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쓴 책이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서 있는 학교 현장에 이 글을 보냅니다."
책 제목 속 '학교에 사는 괴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윤 교사는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괴물은 학교 제도, 성적, 비교, 입시 등 의미하는 것이 하나가 아닙니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폭력성,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 등을 뜻할 수도 있고요. 괴물로 커가는 아이들, 괴물을 만들면서 점차 괴물이 되는 교사와 학부모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윤 교사가 책을 펴내기까지 '학교 사람 연구소' 회원들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이 연구소는 학교와 학교 문화, 교육과정, 학생 활동 등을 연구하는 교사들이 만든 모임. 이들 중 경암중 손종호 교사, 성산초교 배근범 교사, 경북대사대부설초교 박시현 교사, 달성고 정재승 교사, 송현여고 김영보 교장 등이 윤 교사의 집필을 도왔다.
이 책은 아이들이 공교육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지, 교사와 부모는 어떻게 자신의 내면과 맞닥뜨리며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지 보여준다. 책의 1부는 자아를 찾아 고민하는 고교생들의 성장통을 다룬 소설이다. 현실 속 학교의 모습이 민낯 그대로 펼쳐진다. 등장인물들도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주인공인 사샤는 가상의 학교인 대동고 학생으로 조금만 원하면 상처도 덜 받는다며 방황한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정미,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쌀쌀맞게 굴지만 만화가가 꿈인 성원, 왕따를 당한 상처를 지닌 작가 지망생 재승, 일진 은경 등이 등장한다. 불같은 성격에다 잔소리 여왕인 사샤의 엄마 권 여사, 따뜻한 가슴을 지닌 담임 배탱이, 성적 지상주의자인 교사 박 부장 등이 얽히고설킨다. 2부에선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실제 사례로 보여준다.
"책을 내고 나니 맨몸을 드러내고 세상에 서 있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맨몸을 바람이 더 치고 지나가도, 그래서 좀 더 아프더라도 이 책을 본 많은 사람들이 학교 속의 괴물과 자신 안의 괴물을 직시하길 바랍니다. 그 시간은 분명히 아프겠지만 더 이상 모른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채정민 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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