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혁신센터, 실리콘밸리 DNA 심는다

입력 2014-12-08 11:03:53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내에 이달 말 문을 여는 삼성C랩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창업 노하우를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내에 이달 말 문을 여는 삼성C랩은 실리콘밸리의 벤처창업 노하우를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플러그 앤 플레이'의 액셀러레이터 지원 부스 모습. 삼성전자 제공.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는 최근 삼성C랩 입주업체 선정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중이다. 20개 입주팀을 선발하는 공모전에는 3천700여건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화제를 낳았다. 삼성은 이 혁신센터에 실리콘밸리의 벤처창업 모델을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DNA 대구에 심는다

삼성전자와 혁신센터, 대구시 관계자들은 지난달 10~14일 실리콘밸리의 7개 '엑셀러레이팅'(스타트업 기업 육성) 기업과 스타트업(Start Up) 기업을 둘러보고, 3개 창업사관학교를 방문했다.

탐방에 동참한 혁신센터 이효정 연구원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할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C랩과 벤처파트너스데이 등에 접목할 수 있는 다양한 운영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학, 버클리대학 등 근처 명문대학의 인재들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끊임없이 인력 수급이 돼 미국 전체의 벤처투자금의 절반이 투입될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삼성전자 역시 전 세계 IT 인적 자원의 보고인 실리콘밸리에만 4개 거점을 운영하며 인재와 신성장 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탐방단이 방문한 '플러그 앤 플레이(Plug and Play) 테크센터'는 2006년에 설립돼 페이팔'스카이프'드롭박스를 키워낸 세계적인 스타트업 기업 양성 기관이다. 투자 상담, 창업 공간 제공, 강의와 멘토링 등 통합 서비스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기업 파트너십 담당자인 필립 빈센트는 "스페인, 러시아, 독일, 싱가포르, 캐나다 등 25개국 정부 및 기관과 협약을 맺어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있다"며 "이 기관에 지원한 1천개 스타트업 기업 중 100개를 집중 관리하고 각 국가에 연결해 주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기업을 투자하고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500 스타트업'은 유망한 기업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고 7% 내외의 지분을 소유, 해당 스타트업이 성장함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 기업은 투자자 11명을 포함해 직원 3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연간 200~250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 사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만 250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금전적인 투자외에도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스타트업 기업이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도록 법인 설립 방법, 마케팅 방법, 투자자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등 실무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사관학교들

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 육성 사관학교도 다수 운영 중이다. 탐방단이 방문한 드래퍼 대학(Draper University)과 싱귤레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은 창업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싱귤레러티 대학은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과 피터 디아멘디스가 2008년에 설립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구글을 비롯한 각종 IT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1년에 한 번 창업을 꿈꾸는 전세계 젊은이들 80명을 선발해 10주간 강도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40여개 회사가 투자자들의 정식 투자를 받아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정부도 2013년 '한하이 인베스트먼트'(Hanhai Investment)라는 창업 보육기관을 실리콘밸리에 설치, 입주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관이 투자하는 벤처 회사는 25%가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기업이지만, 나머지 75%는 미국 시장에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해 중국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곳의 린다 루 담당 임원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고 있는 중관촌은 2만여 기업이 입주해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바이두, 레노버, 텐센트 등 중국 IT 산업을 키워낸 곳도 바로 중관촌"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의 벤처 기업 활성화 정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실리콘밸리 벤치마킹에 함께 한 삼성전자의 임종태 부장은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초기에 스타트업 기업의 성공사례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자생력 있는 벤처 에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삼성이 대구시와 협력해 향후 5년간 1천500억원을 투자해 2016년 12월쯤 옛 제일모직 공장 부지가 대구 창조경제단지로 탈바꿈하게 되면 이런 혜택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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