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세포, 굶겨 죽인다…경북대병원 연구진 간암 증식 억제 첫 규명

입력 2014-12-08 11:24:31

간암 세포의 영양분 공급 경로를 차단하는 방법, 즉 암세포를 굶어 죽게 하는 방법을 통해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지역 대학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일반 세포보다 증식이 훨씬 빠른 암세포는 그만큼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한다. 암세포는 포도당과 아미노산(글루타민) 대사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데, 특히 글루타민이 암세포의 생존에 중요하다. 만약 글루타민의 공급 경로를 차단하면, 암세포는 포도당 흡수를 늘려 계속 증식하려고 한다.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하는 방법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포도당 흡수를 억제하는 방법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인규'박근규 교수팀은 '고아(孤兒) 핵 수용체'인 ROR 알파 활성 조절제로 포도당과 글루타민의 대사를 변화시켜 간암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고아 핵 수용체는 정확하게 기능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세포의 성장, 발달 및 조직의 항상성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 신호 통로다.

연구팀은 간암 세포주(실험을 위해 암세포가 죽지 않도록 유전자 처리한 것)를 통해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했을 때 간암 세포의 대사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간암 세포에서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했을 때 고아 핵수용체인 ROR 알파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OR 알파가 활성화된 간암 세포주는 포도당의 분해와 합성이 줄고 산화가 증가하면서 성장이 억제된다. ROR 알파가 활성화되면 포도당 대사에서 중요한 조절인자인 PDK2의 활동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밝혀낸 연구팀은 흰쥐에 간암 형성을 유도한 뒤 ROR 알파 활성조절제를 주입한 그룹과 대조 약물을 주입한 그룹으로 나눠 간암 크기의 변화를 비교했다.

이를 통해 ROR 알파 활성조절제를 주입한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간암의 크기가 현저히 줄었고, 포도당 대사에 간여하는 PDK2가 적게 나타난 사실을 확인했다.

박근규 교수는 "ROR 알파 활성조절제를 포함한 치료용 약물을 만들면, 기존 항암제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ROR 알파의 발현 여부를 통해 간암의 진단이나 예후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면서 "앞으로 기존의 치료에 저항하는 세포주에서 ROR 알파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간암 이외의 다른 암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지난 10월 간 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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