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국굴기-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패러다임'이란 책을 읽었다.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을 원작으로 중국중앙방송(CCTV) 경제채널을 통해 제작한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가 모태다. 이 다큐멘터리는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의 전성기와 그 발전 과정을 다뤘다.
대국굴기 9개 국가 중 눈에 띠는 국가는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인구 150만 명의 소국에서 일약 세계의 경제 중심이자 해운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네덜란드인들은 농업과 청어 가공으로 큰 부를 일궜고, 뛰어난 상선을 건조해 해상운송의 혁신을 이뤄내며 해상 무역과 조선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네덜란드인들은 1602년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연합 동인도회사를 설립했고, 1609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와 암스테르담 은행을 창립하며 '신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새로운 경제와 상업체계는 네덜란드 부의 열쇠였고, 지금도 경제의 핵심축이다. 그 결과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네덜란드는 세계 무역의 절반을 점유했다.
이 책은 역사의 무대에서 활약했거나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나라들의 선례를 분석해 개방화, 현대화 과정에서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동시에 중국 국민에게 "이제 중국이 대국이 되어 굴기 하려 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제작됐다.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과 1894년 일본과의 청일전쟁의 패배로 인해 중국은 서구열강과 일본에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강요당하고 반식민지화로 되어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1980년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노선에 입각한 과감한 개혁조치를 단행하여 중국경제를 크게 융성시켜 지금은 미국과 대등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2015년 을미년 양의 해가 다가온다. 우리에게 을미년은 1895년 일본 자객들이 경복궁을 습격하여 명성 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을 떠오르게 한다. 그 당시 대한제국은 근대화와 개방화의 기회를 잃고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등으로 국운이 기울었고, 결국 36년간의 일제 지배하에 한민족 최고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반세기 만에 무역 규모 1조달러를 4년 연속으로 달성했고, 수출은 5년 연속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국토와 인구는 대국이 아니지만 네덜란드와 같이 소국대업(小國大業)을 이루어 진정한 선진국이 되도록 국력을 모아야겠다.
2014년을 마무리하면서, 2015년 을미년 양의 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리고 굴기, 즉 벌떡 일어서기를 기원해본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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