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입력 2014-12-05 10:45:35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동안 부산에서는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간의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는 1989년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한 지 25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이루어진 양측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평가하고 미래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지난 2009년 제주에서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5년 만에 다시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동안 한'아세안 협력관계는 안보'경제'사회문화'정치외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아세안의 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보적 차원에서 볼 때 아세안이 주도하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력 안보의 유용한 메커니즘이 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 다음으로 제2의 무역 파트너이자 투자대상지역으로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한류(韓流)의 진원지로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여행지이다. 또한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아세안은 아세안+1(한국),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주도하면서 동아시아 통합의 추동력(driving force)을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서 벗어나 이 지역의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중견국(middle power)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아세안 외교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회동을 통하여 정상회의 슬로건처럼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호혜적 이익을 지속적으로 증진시켜나가는 동시에, 한반도의 안정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양측이 외교적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적어도 다음과 같은 현안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우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는 사회문화 부문에 대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의 정상과 아세안 사무총장'각료'기업인'기자단 등 3천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양측은 서로의 문화를 알리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신뢰관계 구축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인데, 동남아시아의 한류에 비해서 한국인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일반 국민들도 동남아시아의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내년에 출범하는 인구 6억 명, 국내총생산(GDP) 2조 달러의 거대한 '아세안공동체'에 대한 대책이다. 이미 미국'중국'일본 등은 아세안공동체 출범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책의 수립에 부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아직도 추상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기존의 한'아세안 FTA의 활성화, 한'아세안 비즈니스협의회 설립 등 그동안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사업들을 성사시키는 동시에, 특히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출범에 대비하여 구체적인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아세안 관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제협력으로부터 공통의 정치'외교적 관심사로 협력의 범위를 확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동아시아공동체의 설립, 이 지역에서의 강대국간 패권경쟁의 완화,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등은 양측 모두에게 경제적'안보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러한 공동관심사에 대해서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연구하여 아세안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이슈들은 이해관계 당사국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아세안의 협력방식인 비공식적 대화와 조용한 외교'를 통하여 양측의 인식과 입장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변창구/대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