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엔진룸에…앗! 길고양이가

입력 2014-12-05 08:00:00

추위 피해 숨어들어 사고위험

차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
차 엔진룸에 들어가 있는 길고양이

지난달 말 자가용으로 출근하던 김준영(31) 씨는 계속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차를 세운 뒤, 차 안 곳곳을 살폈다. 트렁크, 좌석 등을 모두 살펴봤지만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 보닛을 열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기온이 떨어지자 고양이가 따뜻한 곳을 찾다 자동차 엔진룸(보닛을 열었을 때 보이는 엔진 및 각종 차량 장치가 들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있었던 것.

이처럼 겨울이면 길고양이들이 자동차 엔진룸 속을 집 삼아 들어가는 일이 많아 사고위험을 높이고 있다. 차 속에 있던 고양이가 운행 중 엔진벨트에 끼게 되면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차가 순간 멈출 수 있다. 계기판 이상 작동 등 차량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운행 중 생기는 열 등으로 고양이가 엔진룸에서 죽으면 엔진벨트 등 부품교체는 물론 세척까지 수십만원의 돈이 들 수도 있다.

실제 고양이가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는 일은 자주 발생한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이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가 ▷2011년 28건 ▷2012년 28건 ▷지난해 70건 있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기온이 떨어지는 11월에서 2월 사이였다.

최동학 전 대구시수의사회 회장은 "고양이는 좁고 어두운 틈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위를 싫어한다. 그래서 추워지면 운행을 끝내 온기가 남아 있는 자동차 엔진룸 같은 곳을 찾는데 몸이 유연해 전선, 호스 등 여러 장치로 복잡한 엔진룸 안에서도 자리를 잡고 오래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고양이 사고'를 예방하려면 시동을 걸기 전 운전자가 인기척을 내거나 차 문을 세게 닫아 고양이를 놀라게 해 도망가도록 해야 한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차에 타기 전 보닛을 툭툭 치거나, 차 문을 쾅 닫고, 좌석에서 발소리를 내 인기척을 내면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고양이들이 차 밑으로 빠져나가 고양이도 다치지 않고 차도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조완래(39) 씨는 "일부 차량 애호가들은 고양이의 침입을 막으려 엔진룸으로 통하는 공간을 차단하는 언더커버를 설치하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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